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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10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

지난 2월 10일(금)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혹시 이 사건을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은 2010년, 두 명의 해군 상관이 함정에 갓 배치된 부하 여군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건입니다. 가해자 A는 피해자의 직속상관으로서 지속적인 가해를 하였고, 가해자 B는 함장으로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1회의 강간했습니다. 가해자 A, 가해자 B는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2018년 11월, 고등군사법원 2심은 군대 내 강고한 위계질서, 해군 함정의 특수성, ‘성소수자’라는 피해자의 위치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두 피고인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2년 3월 31일 3년 만에 열린 대법원 선고에서 가해자 A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이 내린 판결 그대로 무죄 확정하였고, 가해자 B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의 반쪽짜리 판결에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2022년 3월 31일(목) 대법원의 반쪽짜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가해자 B에 대한 대법원 판결요지로는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사건 범행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사건 관련자의 진술 또한, 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피해자가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었다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지휘관으로서 피해자보다 20살가량이 많은 남성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합의 하에 신체 접촉을 했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경험에 법칙에 비추어 합리성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죄의 구성요건인 폭행에 대하여 피해자가 군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장교로서 지휘관인 피고인의 지시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유형력 행사로 평가하였습니다.

 

한 가해자에 대해서만 유죄가 나온 반쪽짜리 판결이지만, 가해자 B의 파기환송심에서의 유죄 확정과 해군이 두 가해자에게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가해자B에 대한 첫 파기환송심은 지난 2022년 9월 2일(금)에 열렸습니다. 이에 공대위는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 서울고등법원은 파기환송심 유죄판결을 확정하라!"라며 서울고등법원의 유죄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2022년 9월 2일(금) 가해자B의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화견

 

파기환송심 공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약 5개월동안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금) 드디어! 기나긴 법적과정을 지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재판이 약 30분간 지연되어 긴장되는 마음이  더더욱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공대위 단위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 여러분이 방청에 참여해주셔서 서로의 긴장과 지지, 연대의 마음을 나눴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사건의 판결 선고가 시작되어 재판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하자 모두들 귀를 기울여 경청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대해 인정하고,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범죄도 인정되고, 특히 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던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며, 이에 서울고등법원 제8형사부(재판장 배형원)은 고등군사법원의 비상식적인 무죄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피고인 B에 대해 유죄를 판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우선 기쁘고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선고 결과를 알릴 기자회견을 개최하기 위해 법원 동문으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2/10 기자회견 진행 중인 사회자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호정 활동가

 

먼저 이도경변호사(피해자공동변호인단,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변호사)가 판결요지를 간단히 정리하여 발언하였습니다.

이도경 변호사(피해자공동변호인단,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변호사) 판결요지 정리하여 발언 중

판결의 요지로는,

피해자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하여, 파기환송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단계부터 당심(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범죄행위 전후에 관한 주요한 부분이 일관적이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치않은 성관계로 임신중절수술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아니하였던점,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던 점, 피고인이 20살 이상 많은 남성이었던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변소는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폭행과 강간의 고의에 관하여, 이 사건 범행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점, 피고인은 함장이었고 피해자는 그 함정에서 근무중이던 군인이었기에 피고인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였던 점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충분히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만한 유형력의 행사였고, 피고인은 그러한 피해자의 상태에 편승하여 범행을 했기에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해와 인과관계에 관하여, 1심부터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정신과 전문의 3명이 모두 공통적으로 피해자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발생했다고 진술하였고, 그러한 전문가들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측의 신청으로 증언한 심리전문가 역시 정신과 전문의가 오진을 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진술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자료에서 특별히 잘못된 것을 발견치 못하였다고 한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발병하였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로 임신한 후 또 다시 강간을 당한 것은 큰 충격으로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인이었을 것이고,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 과거 우울증이 있던 것이 강간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발병원인으로 볼수도 없는 점, 피해자가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도 없는 점을 들어 피고인의 범죄행위와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조윤희 (피해자공동변호인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변호사가 대리인 입장을 발언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하며, 이번 판결이 피해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현재 싸우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게는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공동대책위원회 입장문을 김지윤(녹색당 대외협력국장)님이 낭독하였습니다. 공대위는 이번판결이 끝이 아니며 우리들의 싸움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번 유죄 판결은 끝이 아닌 성평등한 군대를 향한 시작이며, 오늘은 계기로  성평등한 군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동대책위원회 입장문을 김지윤(녹색당 대외협력국장)님이 낭독

 

이어서 '군의 과제, 성폭력 생존 여군 일상회복을 위해'를 최희봉 (젊은여군포럼 공동대표)님이 발언해주셨습니다. 피해 발생 후 8년, 신고 후 재판 과정 5년까지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싸워 온 우리 김하나 소령의 행적이 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용기를 주기를 기대하면서, 군이 이제는 그녀의 일상 회복을 도와 자랑스러운 군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를 촉구하였습니다.

'군의 과제, 성폭력 생존 여군 일상회복을 위해' 젊은여군포럼의 공동대표 최희봉님의 발언

 

그리고...기나긴 시간을 지나온 피해자가 직접쓰신 입장문을 윤경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님이 대독하였습니다. 아직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아픔을 견뎌내고 있을 피해자분들에게 의미 있는 선례가 되길 바라며, 지킬 수 있는 조국이 있다는 것에 행복한 군인으로서 기꺼이 헌신하며 계속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겠다며 가슴 뭉클한 글을 작성해주셨습니다.  

피해자 입장문 윤경진(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대독 중

 

그리고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김남영 (진보당 인권위원장)님이 낭독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의 유죄 판결, 해군의 성평등한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우리 공대위는 이번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오랜 시간 고통과 부정의한 법적 절차에 갇히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의롭고 성평등한 군대 문화를 위한 반성폭력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10 기자회견 모습

기나긴 법적투쟁 끝에 유죄라는 판결이 났지만,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닌 성평등한 군대 문화를 위해, 피해자가 안전하게 군 생활과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군내 성폭력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문 전문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합니다.  https://www.sisters.or.kr/activity/react/6716)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윤경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