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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4월 회원특강 북토크: 페미삶담소 “나, 어떻게 살아갈까?” 후기① - 기쁨도 저항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쓰기

 

 

“너 페미야?”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언제부터인가 일상 속 대화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당당히 “나 페미니스트야”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제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던 거죠. 백래시가 심해지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만연한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회원특강 북토크 페미삶담소 “나, 어떻게 살아갈까”의 첫번째 시간인 최영미 시인과의 북토크에서는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며 저항과 기쁨을 모두 잃지 않으려 했던 최영미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한 여성의 삶에 대해 읽고 이야기 나누며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최영미 시인의 <난 그 여자 불편해>의 북토크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난 그 여자 불편해>는 최영미 시인이 그동안 언론, 미디어 등에 기고해왔던 글들을 엮어 낸 책입니다. 이 책을 내기까지 시인님은 많은 고민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더 이상 가해자가 자신의 삶에 침투해 있는 것이 싫어 출간을 주저하다 주변의 지지와 요청으로 출간을 결정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오랜 시간 시인의 삶을 담은 글들을 모은 만큼, 이 책에서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날 북토크에서는 총 8가지 주제로 나누어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삶, 미투 이후의 재판 과정, 스포츠와 집에 대한 애정 등 삶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가슴을 울렸지만, 특히 제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재판 과정과 재판에서 끝까지 싸울 수 있었던 시인님의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2018년 고은 시인에 대한 성폭력 미투 이후, 가해자는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습니다. 시인은 이때 1심과 2심 모든 재판의 전 과정에 참여하며, 직접 증거를 모으고 진술서를 작성하였다고 합니다. 반면 원고는 단 한번도 재판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뒤에서 숨어있을 뿐이었죠. 

물론 최영미 시인 역시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은 힘겨웠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증거를 하나 하나수집하고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과정은 힘든 일이죠. 또한, 문단 동료들로부터 자신을 향한 외면을 느끼기도 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오히려 시인께서는 단골 식당에서 자신에게 반찬을 더 주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식당 사장님도 나를 응원하는데 재판에서 질 리가 있나”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최영미 시인은 끝까지 싸워 승소하였는데요, 끝까지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시인은 다음 세대의 여성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끝까지 싸워서, 결국 이겨냈음을 여성들에게,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미투 이후 한 공동체에서 오히려 미투 당사자가, 피해자가 더 외면 받는 우리 사회에서 시인님이 끝까지 싸우며 절대 굴하지 않았던 모습에서 많은 힘을 얻고 저항에 대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미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시인님의 이야기도 인상깊었습니다. 미혼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충분함에도, 미혼이라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족한 사람,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받아야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결혼하지 않으면 귀찮아진다”라는 시인의 말에 청중들은 공감의 웃음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여전히 결혼이 정상인 사회에서 특히 미혼의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한번 더 느꼈습니다. 

 

이 밖에도 스포츠, 집, 우정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애정, 집에 대한 시인님의 따뜻한 시선 등 여러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웃고 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청중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 사진촬영도 하는 시간을 가진 후 북토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최영미 시인에게 글쓰기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문단 내 만연한 가부장적 문화를 폭로한 것도, 고은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것도 모두 시를 통해서 였습니다. 또한 시인의 일상을 담은 글에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시선, 차별 등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저항을 잃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우정 등 자신의 일상, 기쁨을 잃지 않으려 했던 시인의 모습, 그러면서도 ‘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담고자 했던 최영미 시인의 삶을 읽고 이야기 나누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답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고민하고, 때로는 그 삶이 두려운 당신에게 <난 그 여자 불편해>를 추천하며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웃고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와도 같은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글은 자원활동가 은화님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