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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


지난 2월 7일 화요일 국방부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군성넷)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이 공동주최한 이 기자회견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군성넷 소속단위로서 기자회견 함께했습니다.

작년 11월 국방부는 동성 간 성행위를 징계 사유로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국방부는 개정령안에 신설된 ‘추행’을 ‘동성 간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같은 법률 용어를 사용하는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국방부는 ‘동성 간 성행위’를 징계 또는 처벌 사유로 명시하면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과 정확히 배치되는 개정령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또한 성폭력 관련 징계 조항이 별도로 있는데도  ‘(사적 공간에서의 자발적 합의에 따른) 동성 간 성행위’를 징계사유로 규정한 것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며 시대 역행입니다. 그간 시민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기구 등은 암묵적으로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던 군형법 제92조의 6 ‘추행’죄 폐지를 요구해왔습니다.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군형법 제 92조의 6 폐지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었고,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헌법소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이 12건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기자회견 직전에 진행되었던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에선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를 권고한 국가가 독일, 멕시코, 미국 포함하여 7개국에 달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군성넷과 무지개행동은 차별적 군인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중 ‘추행’관련 항목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이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소속 박한희 변호사님은 최근 있었던 국가별정례인권검토에서 군형법 제92조 6에 대해 국방부 담당자가 “동성애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으로 수십년 째 추행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국제사회에서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군형법 추행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에서 이어져온 낡은 판례를 폐기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제는 혐오를 끝내야 할 때”라고 발언했습니다. 

군성넷,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속 오소리 활동가는 2017년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의 육군의 차별적 행동은 피해 군인들 뿐 아니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군에 복무 중인 수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 대법원 판결은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이루어진 동성 간 성행위는 추행에 해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비록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당시의 분노하고 공포심을 느꼈던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또다시 시도할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 군인들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군 복무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지개행동,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소속 이호림 활동가는 “만연한 군대 내 성폭력과 조직적인 은폐 및 방조, 2차 가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국방부”가 “폭력도 범죄도 아닌 동성 섹슈얼리티를 징계의 대상으로 삼으며 합의와 폭력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의 기강은 누구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침해하지 않는 합의된 관계를 처벌하고 징계의 대상으로 삼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유지한다고 해서 바로 설 수 없”으며 “국방부가 군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달리 대우해야 하는 것은 성관계 상대방의 성별이 아니라, 합의와 폭력의 문제”라고 발언했습니다.  

당일 기자회견에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발언자분들이 지적해주셨 듯 더이상 동성애혐오에 기반한 ‘추행죄’가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음을 대법원 판례에서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돌연 국방부가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 및 규제하는 개정령안을 내놓으면서 퇴행적 행보를 보인 것입니다. 국방부는 국제 사회에는 동성애를 낙인찍고 차별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면서도 수십년째 추행죄를 유지해오며 동성애혐오를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호림 활동가가 지적해주셨듯이 “폭력과 합의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폭력의 문제의 핵심은 권력관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행죄’는 성소수자 자체를 폭력적 존재로 낙인찍으면서, 해결의 지점을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지금 후기를 쓰고 있는 시점에는 국방부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군에서는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징계령 시행규칙에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1)

그러나 여전히 군형법 제 92조의 6의 ‘추행’ 개념을 인용하여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추행죄’ 조항이 폐지되어야할 것입니다.

군성넷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군형법 제 92조 6이 폐지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동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시민 분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국방부 “사적 공간서 합의된 동성 성관계 처벌 안해” 권혁철 기자 (2023.2.27)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813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