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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故 최진실씨 '품위유지의무 약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故 최진실씨 '품위유지의무 약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2004년 고 최진실씨가 남편으로부터의 폭력피해를 언론에 공개한 이후, 본 행위가 광고모델계약에서 정한 '사회적․도덕적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가 고등법원, 대법원에서 쟁점이 되어왔다.

 품위유지약정이 포함된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델은 자신의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하지 않을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만, 동시에 모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할 기본권을 향유하고 있는 존재이다.

 아무리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계약당사자 일방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로까지 의무를 지울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이번 사건과 같이 계약상 품위유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모델이 자신의 기본권 행사를 위한 행동을 한 경우에는, 모델이 가지고 있는 기본권과 계약상 의무에 대해 조화로운 해석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모델이었던 고 최진실씨의 기본권은 무시하고, 오로지 광고주의 입장에만 근거하여 품위유지의무의 정도를 판단한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의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원칙적인 점에서 고 최진실씨과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 점은 귀책사유가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인 입장과 달리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그의 남편인 OOO과의 감정 다툼으로 인하여 물리적인 충돌에까지 이르고 용모도 훼손되어 모델로서의 활동도 잠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고 표현하여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 사실 자체에도 고 최진실씨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대체 무엇이 “적절한 대응”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은 채, “기자들에게 그 충돌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고 (중략) 현장을 촬영하도록 허락하여 그 진술 내용과 사진이 언론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널리 공개되도록 한 것은 적절한 대응의 정도를 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사실상 일방적인 폭행 피해에 대한 귀책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원심에서 적절하게 밝히고 있듯이, 고 최진실씨가 위와 같이 자신의 얼굴과 폭행현장을 공개한 것은 남편 OOO이 “자신은 피고 최진실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찬 사실은 없고 위 피고를 밀어 방바닥에 넘어지게 하였으나 위 피고가 다치지는 않았으며, (중략) 피고 최진실이 자신의 왼쪽 팔을 물어 다쳤다”라고 진술하여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그로 인해 오히려 고 최진실씨가 가해자이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고 최진실씨가 이러한 가해자의 허위주장에 대해 반박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적절한' 대응이었을까? 당시 상황에서 고 최진실씨가 어떻게 대응을 했어야 '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다.

  고 최진실씨의 기본권 측면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고 최진실씨는 일방적인 폭행의 피해자이며 언론으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언론을 통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였다.

 광고모델계약에 있어 품위유지조항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품위”, “이미지”, “사회적, 도덕적 명예” 등의 개념의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일방 당사자인 모델에게만 너무나 큰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에 더하여 “적절한 대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오히려 덧붙여서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는 모델들의 모든 행위에 족쇄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품위유지조항은 모델의 고의적인 행동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막는 것이지, 모델의 모든 행동과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방해하는 초 헌법적인 계약조항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법원이 생각하는 “적절한 대응”이란 과연 무엇인가?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한 많은 모델들의 정당한 기본권 행사를 크게 제약할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피해를 밝히고 가정폭력에 대해 문제제기하였던 고 최진실씨의 용기를 모독하고 광고주만의 이해를 반영한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폭력피해자인 고 최진실씨에게 폭력발생 및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



2009. 06. 08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