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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동성애차별금지법이면 안되나?




얼마전 10월29일 국회에서는 '동성애차별금지법 입법반대포럼'이라는 요상한 제목의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을 개최한 측은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하 바성연)라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이다.
바성연은 최근 조선일보에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왠말이냐?'라는 고전적인 1차 광고와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충격적인 2차 광고로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외에도 바성연은 ‘동성애자 AIDS 감염률이 일반인의 730배’이며 ‘동성애는 문화적환경적 요인으로 학습되며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어록', 혹은 '망언'이라고 부를만한 바성연의 놀라운 상상력(?)들은 훨씬 더 많지만, 이 정도로 소개하겠다.

하지만 정말 바성연에게 문하고 싶은 것은  만약 누군가의 성적 지향이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온갖 미디어가 ‘이성애를 권하는 사회’에서도 왜 모든 사람에게 이성애가 학습되지 않는가? 이는 바성연의 주장이 얼마나 동성애에 대한 몰이해와 악의적인 비난에 근거하고 있는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바성연을 비롯한 일부 기독교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꼴이라며,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동성애 죄악시하는 성경발언 못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성경말씀하면 목사 처벌한다니…" 기독교계, 법무부 홈피'공격'', 뉴시스, 2010.10.31)




그러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지난 9월 17일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열린 제15차 UN인권이사회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강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평등법’, 독일은 ‘평등대우법’을 제정하는 것을 통해서 성적 지향을 비롯하여 성별, 인종, 장애 등 여타의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하면, 이것이 동성애차별을 금지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거센 반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봐도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지 차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되는 것이 정당한데, 왜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문제가 될까? 그렇다면 차별을 금지하고 않고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단 말인가? 


문제는 바성연 등의 주장이 아무런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였으며, 현재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던 당시에도 동성애자반대국민연합(이하 동반국)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였다. 2010년에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자, 동반국과 바성연 등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차별금지법’이라고 호도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 게시판은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라는 게시물로 도배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2007년과 마찬가지로 다시금 차별금지법 제정이 좌초되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반차별공동행동,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공동행동,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4개 단체 주최로 '올바른 차별금지법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국회 앞에서 형형색색의 무지개깃발을 휘두르며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바성연측의 일부 사람들이 와서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작은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차별금지법이 차별사유를 선별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올바른 차별금지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