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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대해서

성폭력피해자가 '무고죄'에 걸릴 수 있대요. 사실인가요?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사람에게 ‘고소’는 선택입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특수(흉기, 주거침입 등), 장애인, 친족관계의
 몇 가지 특수한 정황이 고려되지 않는 대부분의 성폭력사건은
 피해자의 고소의지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범죄는 가해자의 범행동기가 중요하고,
 범행동기가 양형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성폭력사건의 경우
 최초로 범죄에 대한 피해사실을 알리는 피해자인 고소인은
 왜 고소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게됩니다.
 ‘범죄피해동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왜 고소하는가?
 왜 이제 고소하는가?
 왜 고소를 취하했는가?”


“A양은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는 B군과 이제 막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다.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B군이 거액의 투자를 할 것을 약속했고
 이제 막 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A양에게는 이번 계약이 사업의 생사를 가르는 일이고,
 본인의 인생을 건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직 싸인을 하지 않은 B군을 노심초사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날 A양과 B군은 술을 한잔 하게 되었고,
 A양이 취기가 돌 무렵 B군이 강간하였다.
 A양은 생각했다.
 지금 강간으로 고소할 것인가?
 그렇다면 생사가 달린 사업은 물건너 가는 것이 된다.
 며칠을 고민하다 A양은 우선 강간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전과같이 대하며 사업을 위해 계약을 촉구했지만
 B군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계약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며 A양의 연락을 피했다.
 A양은 미뤄두고 있었던 고소를 진행했다.”


 A양은 고소 초기부터
 수사관으로부터 고소 동기에 대한 끊임없는 추궁을 받았습니다.

 사건당일의 음주량, 가해자가 끌고 갔던 모텔에 대한 수사, 모텔방의 깨진 컵과 같은 증거,
 증인이 아니라 피해자가 고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왜 B군이 A양에게 접근했는지,
 정말 거액의 투자금이 있었던 것인지,
 20만원 고시원에 살고 있는 B군의 경제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등등
 가해자의 범행동기에 대한 조사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사관은 A양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B군이 투자했으면 고소 안했겠네?!”

 
 A양은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B군은 수사관의 위와 같은 발언에 기세등등함을 등에 업고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무고죄로 걸겠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입니다.
 
 A양은 가해자의 협박을 경찰에 이야기 했지만
 오히려 ”나쁜 거짓말을 좀 했다고 해서
 죄 없는 사람을 넣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줄 아느냐“며 A양을 나무랐기에
 더 이상 A양은 수사당국에 희망을 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검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A양에게 내려진 죄명은 ‘무고죄’였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강간범으로 만들지 말고, 제대로 살라.”

 검찰은 이제 경찰단계에서보다 더 당당해졌습니다.
 그리고 A양을 훈계했습니다.

 A양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준 강간피해를 쉽게 취하하면서,
 B군의 법적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지 않는 점이 의문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일관되게 A양의 ‘피해동기’를 의심하던 경찰과 검찰은
 이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무고한 사람을 강간범으로 만들지 말고, 제대로 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검사실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의 ‘무고죄’ ‘무죄’ 판결

 그리고 이제 피고소인이 된 A양의 무고죄 재판에
 참고인으로 출석된 B군이 재판정에 나와서 이례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증언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내가 범행사실을 부인했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인 줄 알았다.
  A양에게 이런 피해까지 온 것에 대해 미안함을 전한다.
  그날 A양은 성관계를 동의하지 않았고, 도망을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선처를 부탁한다.” 


  A양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처럼 무고죄는
 고소에 대한 보복으로 가해자가 고소하기도 하고,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인지하여 무고죄로 기소하기도 합니다.

 무고죄는 가해자의 ‘내심’을 묻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음해할 목적으로 고소했는가?’를 따지게 되는데
 증거․증인이 없는 성폭력 범죄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억울하게 피해자에게 무고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고소취하는 신중하게


 따라서 고소취하를 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의는 크게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
 혹은 강한 협박을 견딜 수 없을 경우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왜 ‘합의’를 하는지, 왜 ‘고소취하’를 하는지에 대한
 증거자료(가해자가 작성한 사과문, 협박 내용 녹취 등)를 보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역고소, 수사기관의 부당한 인지수사에 방어할 수 있는
 ‘자기보호’의 근거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