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끌시끌 상담소

[후기] 제주도 푸른 하늘 아래, 한 여름의 워크숍!

떠나요~ 상담소~ 모든 것 훌훌 버리지는못하지만~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지난 8월 24일, 상담소 활동가들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었던 상근활동가 워크숍을 드디어 가게 되었거든요. 그것도 제주도로요! 유쾌한 웃음과 편안함이 가득했던 그 시간을 전해드릴게요:)



☝첫째 날

 한 시간 여의 비행으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몰고 식당에 갔습니다. 편백숲 트레킹을 예약해 둔 터라 기력 충전이 필요했어요. 들깨수제비와 비빔밥 등 정갈하고 따뜻한 한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머체왓숲길’로 향했습니다.
 ‘머체왓’은 제주 방언으로, 돌이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머체’와 밭을 의미하는 ‘왓’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풀어보면 머체왓숲길은 돌과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말하는 것이지요. 과연, 그 이름에 걸맞게 머체왓숲길은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상근활동가들을 맞았습니다. 낙엽과 이끼가 푹신하게 땅을 덮고, 키 작은 나무와 풀은 이리저리 뻗어나와 있었어요. 오가는 사람을 위한 길을 따라 카펫이 깔려있는 구간에도 나무뿌리와 돌부리가 불쑥 튀어나와 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의 눈에 무질서하게 보일 뿐이지, 숲은 오랜 시간 나름의 질서와 규칙으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을 테지요.

 

천혜의 자연 속에서 행복의 어깨춤을 추는 파랑 활동가
소장단의 호위를 받으며 숲길을 걷는 산 활동가

 

 삼나무, 동백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이룬 숲을 지나 곧 편백숲에 다다랐습니다. 하늘로 높이 뻗은 편백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고 잠시 누워 명상을 했어요.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새의 지저귐에 집중하며, 오랜만에 머리를 비우고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기도 했고요. 태생이 저질체력이라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지만, 숲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워크숍 일주일쯤 전에 발목을 접질려 반깁스를 하고 있었는데요, 발목의 피로가 무색할만큼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하지만 여러분은 이러시면 안돼요^_ㅠ). 다음에 다시 제주를 찾으면 또 오고 싶을 정도였답니다.

편안한 해먹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활동가

 

 트레킹 후, 저녁을 먹고 나서는 각자 숙소에서 자유시간을 가졌어요. 원래는 상담소의 ‘예능작가’들이 사전에 준비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했는데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5명의 활동가가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개인별 자유시간으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의 워크숍이라 기대가 컸는데,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대로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대로 아쉬움과 미안함이 마음 한 켠에 남았습니다. 워크숍 출발 바로 전 날, 워크숍을 예정대로 진행해도 될지 긴급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데 상담소가 여행을 가는 것, 상담소 전체 일정으로써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적지 않은 인원이 불참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한 끝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조신하게 다녀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애환을 담은 메신저방
앎 활동가가 눈물을 삼키며 직접 합성한 "나 빼고 여행"

 

 실제로 저를 비롯한 많은 활동가들이 마스크를 쓰고 자유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복층이 달린 독채에서 몇 명의 활동가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고, 자신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숙소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하며 각자의 밤을 보냈답니다.
 워크숍 첫째 날은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며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뒤를 돌아보고 잠시 숨을 고른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

 둘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는 아주 늘어지게 잠을 자느라 열한 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는데, 어젯밤 급 결성된 ‘일출 탐험대’는 새벽에 일어나 떠오르는 해를 보러 다녀왔다고 해요. 무려 새벽 네 시, 고요하고 쌀쌀한 시간에 일어나 한라산 어승생악을 올랐습니다. 앞이 캄캄해서 조심조심 휴대폰 플래쉬로 길을 비추었다고 해요. 끝내 도착한 정상에서 해돋이를 마주했을 때 얼마나 상쾌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요. 마침 하늘도 아주 맑았다는데, 사진으로도 그 절경이 느껴지지 않나요?

어승생악 정상에서 마주한 해돋이


 둘째 날은 2박 3일 워크숍 일정에서 가장 바쁜 날이었어요. 오후에는 그룹별 일정이 있었고, 저녁에는 다함께 즐길 레크리에이션이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그룹활동은 자유롭게 계획하고 자유롭게 모여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다수영 할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오매, 수수, 파랑, 상아, 은희, 신아 활동가는 스노쿨링 마스크와 오리발 등을 챙겨 바다수영을 나갔습니다. 날씨가 쾌청해서 반짝이는 윤슬이 참 예뻤다고 해요. 반면 파도가 아주 세찼는데요. 멀리 나가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바위를 붙잡고 해수욕을 즐겼다고 합니다. 잠시 깊은 곳으로 원정을 다녀온 열림터 은희 활동가는, “두려움이 없으면 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어요. 파랑 활동가의 유쾌하고 생생한 짤막 후기를 공유합니다.

처음하는 바다수영! 생존수영 가능자가 함께 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생존수영 가능한 사람인가?' 생각하며 주저주저 함께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x1000 재미있었다! 오리발과 스노쿨링만 있으면 나는 바다에서 천하무적! 복어, 이름모를 열대어(여러 색으로 반짝거림), 멍게 등등 바다생물 친구들도 보고 그 바다 속에서도 찬물과 따뜻한물을 경험하면서 (이게 바로 조경수역인가? 아님)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두번째 찾아간 스팟에서는 파도가 무척 쎄서 우리팀만 들어갔는데 끝끝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모두 빠져나왔지만 끝까지 남아있는 오매(미래의 자신이 후회할까봐 계속 남아있었다고 함)가 너무 웃겨 함께 깔깔깔 웃어서 복근이 땡겼다.  으니조는 이때 성인 된 이후로 가장 크게 웃었다고 함. 후에 해경을 했던 친구에게 당시 영상을 보여주니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혼났음. (ㅠㅠㅋㅋ) 몇시간이 몇분마냥 훌쩍 지나갔는데 아직도 등에 남아있는 수영복 자국으로 그때를 추억합니다.. 총총..

 

바다수영팀이 해수욕을 즐긴 해안
바다수영 후 즐거운 활동가들


시장 구경 할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경진 활동가의 제안으로, 동은, 지희박, 란 활동가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각자의 쇼핑을 즐기면서도, 오메기떡, 한라봉, 옥돔과 같은 특산품들을 보며 제주에 왔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경진활동가는 시장에서 ‘선귤라스’를 득템하기도 했지요! 선물을 사고 나서는 제주 모듬회를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천지연 폭포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했는데요. 서울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조류와 곤충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뭍에서 잠시 몸을 말리는 청둥오리와 맑은 물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살이, 이들을 품은 풍경에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바다가 내다 보이는 카페에서 돌고래를 기다리며 물멍 바다멍까지, 꽤나 알찬 나들이였지요?

천지연 폭포를 찾은 네 명의 활동가들
뭍에 올라온 청둥오리


푹~~ 쉴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저는 감이, 해 활동가와 휴식팀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다수영팀과 시장나들이팀이 떠나고 조용해진 숙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어요.  감이 활동가는 숙소의 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맞으면서 마루에 누워 책을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맞은 평화로운 시간을 흠뻑 즐겼다고 해요.
 곧 점심을 먹을 겸 드라이브를 나갔어요. 해는 상담소의 프로 산책러인데요. 제주에 와서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꼬박꼬박 산책을 나갔답니다. 그런 해의 안내를 따라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 자리잡았어요.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갈치조림이 정말 맛있었어요.
 숙소에 돌아와, 감이와 저는 수영장에서 따뜻한 햇살을 만끽했습니다. 튜브에 누워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 참 새로웠어요. 전날 편백나무 숲 속에서 기분좋은 해먹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을 때와는 또 달랐습니다.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이제는 개체수가 많이 줄어 마주치기 어려운 제비가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두어 마리의 제비가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허공을 가르다가, 수영장 가까이로 내려와 수면을 박차고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져 흥부전에도 등장한 제비는 도시화와 환경의 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비인간동물의 삶과 자연의 복원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튜브를 타고 신이 난 감이와 산 활동가

 

 그룹별 활동을 마무리하고, 상담소 활동가들은 다시 모여 저녁식사를 하러 사계항으로 향했습니다. 전복죽, 물회, 비빔밥 등으로 바다내음을 물씬 느꼈습니다. 그리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노을이 저무는 그림같은 사계항을 산책했습니다. 산책로의 끄트머리에 나란히 앉아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지 이야기했어요. 중간중간 물살이들이 물 위로 튀어올라 첨벙대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함께 오지 못한 활동가들이 떠올라 전화로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보라빛, 푸른빛,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틀의 시간 동안 웃고 즐기는 와중에도 미안함이 있었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왕왕 들었거든요. 비록 컨디션의 문제로 모든 활동가가 전화를 받지는 못했지만, 다음 워크숍은 꼭 같이 오자는 약속을 나누며 쾌유를 빌었습니다.

 

그림같은 풍경 속 상담소 활동가들


 해가 저물고 숙소로 돌아오니, 감상에 빠져 아련하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상담소의 예능작가 란, 감이, 신아 활동가가 사실 아침부터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팀 나누기! 아침 식사로 두 가지 종류의 주스 중 같은 주스를 고른 사람끼리 팀을 나누려 했다고 해요. 네, ‘했다고 해요’. 한라봉주스의 압승으로 팀 나누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든요… 늦잠을 자느라 아침을 거른 활동가도 있고요…
 그래서 프로그램 시작 전에 서둘러 팀을 나누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여성인권운동과 반성폭력운동 중 어떤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고르도록 했어요. 짜잔, 팀 나누기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여성인권팀: 상아, 동은, 지희, 은희, 해
반성폭력팀: 수수, 산, 오매, 경진(여성인권 갔다가 인원 맞추러 옴), 파랑


 정답을 말할 때 외칠 구호와 응원도 만들었어요. 상담소 팀워크가 어찌나 잘 맞는지 두 팀의 구호가 참 비슷하고 단순한데요, 각각 ‘인권!’과 ‘반성!’으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반성폭력팀은 응원도 단순했습니다. 목청 좋은 오매가 ‘반성!’을 선창하면(손날로 뭔가 반으로 쪼개는 시늉을 해야합니다), 다 같이 ‘폭력!’을 외치는 거에요. 음, 여성인권팀, 미안합니다. 우리팀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제 기억이 이렇게 가물가물한 것은, 그만큼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몇몇 문제와 상황을 제외하면 크게 웃는 기억밖에 나지 않아요… 정말로요… 점수도 기억이 안 나요… 강렬했던 레크리에이션으로 모든 것을 잊은 저, 이 후기는 사실에 기반해 잘 쓰고 있는 걸까요…?

 

흥에 겨운 산 활동가. 기억 안 날 만두...🥟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이 활동가의 사회로 문을 연 프로그램의 첫 번째 순서는 인물 퀴-즈였습니다! 모니터 화면에 제시되는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면 되는 거였어요. 작가 버지니아 울프, 흘러내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가려진 오매, 상담소의 이사장 이명숙 변호사, 퀴어아티스트 이반지하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난이도가 어려운 문제도 많았지만 단연 가장 논란에 섰던 문제는, 신아 활동가의 반려견 ‘도레’였습니다. 사진에 고구마가 너무 많아서, ‘도레와 고구마’가 정답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이었지요. 결국 정답으로 인정된 것은 ‘도레’였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복작복작 퀴즈에 초!집중한 활동가들
논란의 '도레와 고구마'


 두 번째 순서는 이어말하기였습니다! 역대 소장 이름 대기, 소녀시대 멤버 이름 대기, 걸그룹 이름 대기 등등 쉬운 듯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정답을 생각하고 외치기가 참 어려웠어요.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이라, 막상 차례가 돌아오면 당황스러워 생각해둔 답을 까먹기도 했습니다. 대신 실패한 옆 팀의 정답을 주워먹을 수 있어서, 한 문제를 마치 탁구치듯이 두 팀이 번갈아가며 답하기도 했지요.
 세 번째 순서는 둔둔 음악퀴즈🎵 제가 가장 심취했던 시간이었는데요. 저의 한줄평은 이렇습니다. “아 너무 재밌었고~~ 좋았고~ 너무 신났고~~~” 평소에 워낙 노래듣는 걸 좋아하는 터라, 정답을 맞추는 것 보다 흥을 주체하는 게 더 어려웠지요. 
 먼저 란 활동가가 사회자로 나서, 90년대 힛-트송을 골라골라 문제를 냈습니다. 산울림과 송골매의 7080 곡들과 2000년대 KPOP과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제게, 90년대의 공백은 너무 컸습니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 베이비복스의 ‘Killer’, ‘조성모의 ‘To Heaven’와 같은 명곡들이 줄줄이 나오는 와중에 저는 정말 한 문제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귀에 익은 후렴이 나올 때 그저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지요.

 

실제 란 활동가의 음악퀴즈용 플레이리스트
열의에 넘쳐 '인권!'을 외치는 동은 활동가


 반면, 경진과 오매 활동가는 도입부를 듣자마자 ‘반성!’을 외치며 연신 점수를 따냈습니다. 두 활동가 모두 상담소 내에서 음악사랑인으로 유명한데요. 덕분에 반성폭력팀이 앞서가는 가운데, 승부욕이 불타는 동은과 상아 활동가는 2000년대 음악퀴즈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곧 란 활동가가, 2000년대 문제 출제를 위해 신아 활동가에게 바톤을 넘겨주었는데요. 저의 흥은 여기서 폭주하고 말았습니다… 발목을 생각하며 나름 절제하기는 했는데, 추억의 노래가 나오니 어쩔 수 없더군요. 기억이 없습니다. 다 함께 에스파의 ㄷ자 춤을 췄고, 최신곡 ‘hype boy’를 맞춘 동은이 경외로웠다는 것 이외에는…
I’m on the next level
절대적 룰을 지켜
내 손을 놓지 말아
결속은 나의 무기

 세 가지 퀴-즈 결과, 최종 승자는 반성폭력팀이었습니다. 반성폭력팀은 다음날 공용으로 사용한 독채를 청소하지 않아도 되는 보상을 받았습니다.
 상담소의 결속력을 단단히 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보물찾기였습니다. 모든 활동가가 쪽지를 찾아 숙소의 안팎을 구석구석 뒤졌습니다. 다들 눈에 레이더 기능이 탑재되었는지, 몇 개씩 찾아냈어요. 저는 하나도 찾지 못해서 누군가 ‘화장실에 있다’고 얘기해주었지요.
 보물찾기의 상품은 다양했습니다! 소장단과의 면담권, 특별 휴가권 등 ‘복불복인가?’ 의심하게 하는 다채로운 상품에 활동가 모두 웃으며 레크리에이션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자려고 누워서도 웃겼던 장면을 복기하며,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잠에 들었습니다:) 상담소 예능작가들, 최고최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셋째 날


 셋째 날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었어요. 새로운 일출 탐험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 조용히 새소리를 들으며 고구마칩과 무화과를 먹었습니다. 벌써 돌아가야 한다니, 분명 충분히 즐긴 것 같은데 떠날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며칠 간의 기억을 되돌려보며, 주섬주섬 옷가지와 물건들을 정리하며 체크아웃을 준비했어요.
 모든 활동가가 모여, 전날의 왁자지껄함이 남아있는 숙소를 깨끗이 정리하고 침을 챙겨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제주 내 30여 사찰을 관장하는 최대 사찰, 관음사로 향했습니다. 해는 구름에 가렸지만 공기가 맑고 시원한 날이었는데요, 덕분에 유유자적하며 관음사를 돌아보았습니다. 각자의 소원을 빌며 공양했을 불상을 마주하며, 저도 간단한 바람을 빌었습니다.

염원이 담긴 작은 돌탑들
일렬로 늘어선 불상
관음사의 풍경


 관음사는 사찰음식문화체험관 아미헌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상담소 활동가들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정갈한 솥밥 한상을 받아 감사히 먹었습니다. 남는 음식을 줄이기 위해 반찬의 기본 양은 적었지만, 각자 원하는 만큼 더 담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고, 먹으면서 자신의 식습관을 점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미헌 뒤에는 정돈되지 않은 풀숲이 있었습니다. 아미헌을 둘러싼 현무암 돌담에서 메뚜기를 보았어요. 참새는 낮게 날았고, 찬공기를 머금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습니다. 제주는 어딜 가나 자연이구나, 육지로 떠나는 비행을 앞두니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담소가 위치한 서울에도 나무와 잔디가 자라는 공원이 있지만, 사람들이 휴양지를 찾고 캠핑을 가는 이유는 따로 있을 겁니다. 플라스틱과 전자기기 등에 둘러싸인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것들을 찾는 걸지도 모릅니다.

아미헌의 정갈한 한상


 마지막으로, 우리는 빙 둘러앉아 이번 워크숍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 혹은 와닿았던 감정 등을 이야기하고 맞장구 쳤습니다. 편백숲, 사계항, 바다수영 등 각자의 마음 속에 각인된 기억을 공유하며, 한층 선명히 간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워크숍에는 꼭! 모든 활동가와 떠나오기를 서로 다짐하며 헤어졌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제주도 왔다갑니다!


 제주에서의 2박 3일을 최대한 알차게 꼭꼭 눌러담다 보니, 후기가 매우 길어졌어요. 이 글에서 당시의 즐거움과 유쾌함이 조금이라도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달 여가 지난 지금도 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내 일할만큼, 저에게는 정말 편안하고 즐거웠던 여행이었거든요. 워크숍에서 다진 손발척척 팀워크와 파워 만땅 재충전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22년 하반기도 힘껏! 뛰어 보겠습니다!


이 후기는 회원홍보팀 산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