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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상담소 소모임 활동 후기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즘 신간 읽기 모임: 나는 싸우기 위해 읽는다> 2021년 5월 모임

저번 모임의 책이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 세번째 모임에서는 모두 조금 가벼운 책으로 쉬어가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한 며느라기(수신지)라는 웹툰의 내용은 신혼생활 중 시댁과 겪는 갈등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인 성차별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마냥 가벼운 마음만으론 읽을 수 없었습니다.

출처: 알라딘

 

「며느라기」는 많은 며느리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감을 나누면서 공통되었던 부분은 웹툰에서 묘사되는 성차별적 갈등들을 통해 개개인이 잘못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점이었습니다. 「며느라기」의 주인공은 최근에 결혼에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는 며느리 민사린인데, ‘민사린이 선역으로, 다른 남성 등장인물들이 악인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민사린의 남편무구영도 나쁜 사람이 아니고, 시어머니 박기동도 나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인데도, 며느리와 시댁의 관계 속에서 가부장적인 행동들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이러한 성차별을 지적하고 바꾸려는 행동들은 이상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가부장적 성차별이 반복되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 박기동도 결국은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고부갈등은 막장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일 정도로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대립하는 갈등의 축으로 고정하는 여적여구도가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는 가족 내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성차별적 관습에서 가장 혜택을 받고 있는 남성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비가시화함으로써, 피해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여 서로 간의 이해와 공감이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주인공인 민사린과 대비되어 이상적인 며느리의 모습처럼 그려지는 형님정혜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님 정혜린처럼 단호하고 사이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며느리의 모습을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점과,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기에 개개인이 겪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이어서 성차별적인 관습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시댁과 좋은 관계도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공감되었던 장면으로 뽑힌 부분은, 웹툰에서 웹툰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등장해서 자기 주변의 며느리인 아내, 며느리에게 그래도 우리 집은 이 정도는 아니지?’라고 물어보는 모습에 대해 작가가 물어보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명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성차별적인 모습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바꿔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멋있으면 다 언니(황선우, 2021)」를 읽을 예정입니다. 이상으로 세번째 책모임의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박지희 회원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