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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상담소 소모임 활동 후기

[후기]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5월 모임

지난 2021520()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5월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앎, 지은, 다운, 보라, 명아 총 5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기억에 남은 주제는 남성의 발언권이었습니다. 참여자들끼리 근황을 나누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많은 남성들은 부적절한 상황에도 자신에게 발언권이 있다고 믿을까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왜 남성들의 발언에 유난히 귀 기울여줄까요?

 

한 참여자는 유료로 진행된 여성주의 관련 온라인 강의에서 수강생조차 아닌 남성(다른 수강생의 가족)이 질문하려고 해 발언 기회를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로 토론했다고 합니다. 그 남성은 사전에 강사나 수강생들에게 청강해도 되는지 허락받은 적이 없었음에도 왜 자신이 강사의 강의 내용이나 수강생들의 토론에 반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한편, 온라인에는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억지 논란과 트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메갈리아의 상징이라며, 손가락으로 초콜릿을 집어 먹는 동작이나 스마트폰을 검지로 터치하는 웹포스터에도 무작정 악플 테러를 비롯한 사이버불링을 가하는 것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러한 행태를 페미니즘을 위축시키기 위한 백래시로 바라보는 논평을 낸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터무니없는 논란에도 사과하거나 해명함으로써 그들의 혐오 효능감을 키워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참여자는 그동안 여성혐오성폭력 논란이 있을 때는 기업이 사과는커녕 제대로 피드백하는 사례도 보기 어려웠다며 편파적인 대응에 여성으로서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5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송인 재재가 초콜릿을 집어 먹는 손동작이 '메갈리아'를 연상시킨다며 공중파 출연 금지를 청원하는 게시글이 올라갔다. 명백히 억지스러운 주장임에도 해당 국민 청원은 약 일주일 만에 8만9천 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 : sns피드

 

일부 남성들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여성 속옷 광고에서 모델인 여성 아이돌이 속옷을 직접 착용하지 않고 광고를 찍었습니다. 실제로 여성 속옷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여성들은 이 새로운 시도를 환영했습니다. 그동안 남성중심적 시선으로 여성의 속옷 차림을 성적 대상화 해온 여성 속옷 광고가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남초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평불만을 그대로 옮겨 마치 노출 없는 속옷 광고가 논란거리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남성은 여성 속옷의 주 소비층도 아닌데, 왜 언론은 여성의 의견과 남성의 의견을 대립하는 동등한 의견처럼 보도했을까요? 페미말대잔치 참여자들은 언론이 '젠더갈등', '남혐 논란' 등 제목으로 안티 페미니즘 세력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해 '백래시'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이 소위 이대남에게만 관심을 집중하는 현실을 우려했습니다. 여당 지지율이 낮아진 것은 20대 여성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20대 여성은 보궐선거에서 기타 정당에 투표한 비율이 유독 높았습니다. 그런데 여당은 이대남의 표심을 잃은 것에만 안절부절못하며 마치 성평등 정책 과다(?)’가 원인인 것처럼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들은 여당에서 성평등 정책이 실종했다고 비판해왔는데 말이에요.

 

4월 7-19일 '이대녀'(위)와 '이대남'(아래)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를 분석해보았더니, '이대녀' 관련 기사(53건)는 '이대녀' 관련 기사(137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고, 법인이나 정책, 사회적 이슈와 같은 구체적인 논점이 전혀 연관키워드로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 빅카인즈(뉴스로드에서 재인용)

 

그 밖에도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상상하는 여성의 권력이란 무엇인지, 여성이 어리거나 예쁠 때 가진다는 그 권력이 얼마나 허위적이고 덧없는 것인지, 반대로 여성이 나이를 먹었거나 탈코르셋을 했을 때 경험하는 사회적 불이익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구체적으로 어떤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여성도 군대 가면 성평등이 이루어질까요? 이스라엘은 1948년부터 여군 징병제를 실시해왔지만, 여전히 성차별, 여성혐오가 심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여군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미지가 흔히 퍼져 있고, 이스라엘 여군 여덟 명 중 한 명이 성폭력과 성학대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군인으로서 2012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여군들은 적은 (아군) 남자였다라고 입을 모았다고 해요. 전쟁에 직접 참전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록문학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도 여군들이 전쟁 당시는 물론 전쟁 이후에도 심각한 성차별을 경험해온 현실이 드러납니다. (관련 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62395.html)

 

여군 “적은 아군 남자였다”

[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 (33) 여군의 신화와 현실

www.hani.co.kr

 

한 참여자가 여성들은 이미 일상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라고 한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로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에 따르면,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가 경험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참전 군인이 전쟁 피해자로서 경험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실상 동일합니다. 오죽하면 여성인권운동 구호 중에 ‘MY BODY IS A BATTLEGROUND(나의 몸은 전쟁터)’라는 구호가 있을까요.

 

바바라 크루거가 1989년 미국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Untitle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사진:Barbara Kruger

 

각자 한달 동안 느꼈던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풀어내며 이번 모임도 밤늦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어떤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게 될까요? 페미니스트들이 백래시에 위축되지 않고 앞으로 한 달도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는 이번 모임에서 이야기 나왔던 책 또는 영화 리스트입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여자들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전쟁에 참전하였거나 전쟁을 목격한 200여 명의 여인들을 만나 그들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남자들이 우리에게 하지 않은 전쟁 이야기, 전쟁의 민낯, 죽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두려움, 그리고 전쟁 이후의 삶을 200여 명의 생생한 목소리로 가감 없이 들려준다.” (책 소개 중)

http://aladin.kr/p/onJyE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2015 노벨문학상 수상. 제2차세계대전 중에 백만 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가담하여 싸웠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의 이름과 얼굴도 기억되지 못한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여성

www.aladin.co.kr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허먼은 가정폭력이든 정치적 테러이든 폭력의 메커니즘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며, 이러한 폭력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인권 운동 같은 정치적이고 공적인 행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남성이 여성보다, 어른이 아이보다, 국가가 군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http://aladin.kr/p/xnDV

 

트라우마

1997년 [뉴욕타임스]로부터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트라우마>는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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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로이드 로버츠 여자 전쟁

“<여자 전쟁>은 여성인권 르포르타주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하며 성실하다. 성기 절제를 강요받는 여자들, 딸과 아들을 잃고 국가권력과 맞서는 여자들, 낙인찍힌 채 착취당하는 여자들, 선택의 자유 없이 갇혀버린 여자들, 부당한 임금차별을 겪는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동시에 이러한 여성혐오에 용감하게 맞선, 그리고 마침내 살아남은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http://aladin.kr/p/g2YpI

 

여자 전쟁

영국 BBC 언론인 중 한 명인 수 로이드 로버츠의 유일한 단독 저서이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영국 왕실이나 꽃박람회가 주요 취재 대상이었던 여성 기자의 취재 영역을 깨고 구소련과 전 세계 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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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짓 상그라 <우리는 딸들이니까(2019)>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작은 마을에 거주하는 한 보수적인 인도계 캐나다 가정은 이제 충격적인 비밀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세 자매는 어린 시절부터 나이 많은 친척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왔다. 거의 25년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자매들은 드디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로 한다 이들의 어린 친척들 뿐 아니라 자신들의 딸들을 위해서 말이다.

(2019년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1755

 

우리는 딸들이니까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셀레스타 데이비스 <끔찍하게 정상적인(2004)>

1978년 카렌과 셀레스타 자매가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 그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행해지지 않았었다.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모들의 행동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 받지 않았으며 그들은 성추행범과 그의 부인 그리고 그의 아이들하고도 친분 관계를 맺어 왔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나 성인이 된 두 자매는 여전히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그들의 부모뿐만 아니라 성추행범을 신고하지 않은 지역사회 때문에 괴로워하던 두 자매는 범인을 찾아내 그에게 자신이 했던 일을 직시하게 만들기로 결심한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1108

 

끔찍하게 정상적인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앎이 작성했습니다.>

 

다음 모임은 6월 17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시면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상담소 사정이 있을 경우 협의 하에 일정 변경)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