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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대해서/[보통의연대] 성폭력 주변인과의 인터뷰

[보통의연대] 030. 기사 댓글을 보면 아직도 피해자탓……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주희의 인터뷰

[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30. 기사 댓글을 보면 아직도 피해자탓……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주희의 인터뷰

 

저는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주희입니다.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나요?

 

솔직히 성폭력 주변인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어요. ……성폭력을 당한 사람의 주변인? 예를 들어서 친구라든지 가족 등을 말하는 건가?

 

Q. 내 삶과 성폭력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가깝다고 생각해요. 수치로 표현하면, 먼 게 10이라면 한 4? 4…….

 

Q.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관심 있게 보는 편인가요?

 

. 뉴스를 보다가 성폭력 관련된 뉴스나 보도가 있으면 챙겨보는 편인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왜 챙겨보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성폭력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물론 다른 뉴스도 많이 봤지만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화가 납니다. 가해자들한테 화가 나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죠. 그리고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뉴스 댓글을 보면 아직도 피해자들을 욕하는 글들이 있어요. 화가 나기도 하면서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는 온라인 게시글이나 관련된 언론보도를 보면 여전히 피해자를 의심, 비난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반응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온라인 상으로는 눈 앞에 피해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2차 피해를 주는 것일까? 사진출처: 여성가족부 '성희롱·성폭력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갑니다' 포스터

 

Q. 성폭력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쓰기도 하나요?

 

아직까지 댓글을 달아본 적은 없는데요. 제가 인터넷에 댓글을 안 쓰는 편이라.

 

기사 공유는 한 적이 있어요. 친구들한테만 공유해요. 예전에는 자주 공유를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잘 안 해요. 이유는 없고요. 요즘은 기사를 봐도 그냥 저 혼자 읽고 공유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Q. 미투운동에 관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나요?

 

. 한창 미투운동이 일어났을 때 친구랑 이야기했어요. 가해자 욕을 했던 것 같아요. 미투운동이 일어났을 때 생각보다 많은 피해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투운동이 일어나서 성폭력에 관한 인식들이 조금은 변한 것 같아요. 많이는 아니고 조금.

 

사진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Q. 성폭력이 걱정돼서 주변 사람의 행동, 옷차림 등을 지적한 경험이 있나요?

 

. 저는 엄마한테 옷차림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일 나갈 때는 너무 짧게 입고 나가지 말라고요. 성폭력이 걱정되진 않는데, ……성폭력이 걱정된다기보다는, 성적인 피해를 당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저는 절대 옷차림이 잘못됐다거나 피해자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요. 절대로 옷을 짧게 입어서 성폭력을 당했다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짧은 옷을 입으면 (성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짧게 입어서 당한다는 생각은 절대 아닌데, 짧게 입으면 당할지도 모른다? 말이 이상해지네요. 말을 잘 못 하겠어요. 확실한 건 저는 성폭력 피해는 옷차림과는 솔직히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요. 옷차림이 어떻든 성폭력은 일어나죠. 옷차림이 짧아서 성폭력을 당했다, 이거는 아닌 것 같아요. 가해자들이 잘못된 거지.

 

그런데 솔직히 짧은 옷을 입은 걸 보면 왠지 남자들이 안 좋은 생각을 막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걱정이 된다는 말이죠. 짧게 입고 다니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조심하자, 걱정돼서 하는 말인 거죠.

 

그동안 무분별한 언론 보도와 네티즌의 호기심은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신상정보를 퍼뜨리거나, 누가 피해자인지 추정하거나, 어느 연예인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는지 공유하는 등 2차 피해를 조장해왔다. 이에 2019년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는 사진과 같은 '경고장'을 제작·배포했고, SNS에 해당 경고장을 프로필 등으로 등록하는 온라인 캠페인도 이어졌다. 사진 출처: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

 

Q. 성폭력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내 생활에 제약이 생기기도 하나요?

 

. 저는 절대 늦게 다니지 않습니다. 성폭력뿐만 아니라 어떤 범죄든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밤에 잘 나가지 않고, 주변을 잘 경계하는 것 같아요. 혼자 밤길을 걸을 때면 특히 많이 경계해요.

 

Q. 내가 아는 사람이 성폭력을 겪거나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나요?

 

. 목격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겪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어요.

 

정말 친한 친구가 겪은 일이라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첫 번째로 우선 가해자한테 가장 많이 화가 났고요. 두 번째는 2차 피해를 준 그 친구의 가족들에게도 또 화가 났어요.

 

사진출처: 청년정책X여성가족부 '왜 성폭행을 당했냐고요?' 카드뉴스

 

Q. 그밖에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성폭력에 관한 인식들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고, 가해자 처벌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인식 개선 활동에 참여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다른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반성폭력 활동 같은 데에 참여해야 할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탓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다행히 제 주변에는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은 없지만 기사나 댓글을 보면……왜 가해자를 탓하지 않고 피해자를 탓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물어보고 싶어요. 피해자한테 왜 2차 가해를 하는지? 만약에 자기 가족이 당한다면 그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이런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제 인터뷰가 조금이라도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응원 - 캠페인 참여 - 위로 - 성폭력 피해자에 관한 활동 참여

피해자라는 인식 깨기 - 상담 받을 수 있게 돕기 -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큰 고통인 거 알리기

반성폭력 집회 참여 -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 반성폭력 시위 참여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2019"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민지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