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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네트워크 포럼: 책을 뚫고 나온 페미니스트

지난 218일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은 책을 뚫고 나온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네트워크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일곱 개의 다른 발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 약 50여분이 당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안젤라홀을 꽉 채워주셨습니다.

 

 

이날 행사는 부설연구소 울림의 김보화 책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사회자의 환영의 인사로 포럼의 장이 열렸습니다.

 

첫 발표로 상담소 이미경 소장님이 현장과 이론의 유대와 환류를 강조하며 그 사례들을 강간죄 개정 운동을 중심으로 소개하셨습니다. 66개 상담소의 강간 피해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이 발생한 피해가 71.4%에 달한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최협의설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그러한 예입니다. 더불어 여성운동가들이 활동과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활동가의 전문성 인정, 운동 현장의 아카이브화 등을 향후 과제로 제안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는 부설연구소 울림의 장주리 연구원이 한국성폭력상담소 및 부설연구소의 주요 조사·교육·연구 활동과 출판물에 대해 발표해 주셨습니다. 최근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 안내서(2017), 전국 4개 상담소의 상담일지를 분석한 성폭력피해상담분석 및 피해자 지원방안 연구(2018) 등의 기획을 통해 연구소 울림이 피해자들의 경험을 드러내고 운동과 연구의 영역을 확장해왔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어진 연구활동가 발표 세션 1부에서는 김민주 선생님이 그루밍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미디어 담론 연구에 대해 발표해주셨습니다. 김민주 선생님은 그루밍 성폭력이 아동·청소년에게만 국한되는 성폭력인가?’, ‘그루밍은 성폭력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한가?’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성폭력 담론에 대한 새로운 인식론이 필요함을 주장하셨습니다.

 

다음 발표로 남승현 선생님은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 아내의 발화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 분석해주셨습니다. 남승현 선생님은 게시물과 댓글 분석을 통해 성추행 사건이 부정되고, 사건 피해의 내용이 가정파괴로 재구성되며, 가해자 아내를 지지하는 커뮤니티 회원들이 정의로운 남성으로 그려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발표 세션 1부의 마지막 순서로 (연구소 자원활동가로 후기를 작성하고 있는) 저는 젠더 폭력 피해자의 재구성 문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기반한 정체화는 피해자의 경험을 중시하고,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가해자 고발과 처벌을 가능하게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존의 젠더 권력을 공고히 하거나 처벌과 통제만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문제 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연구활동가 발표 세션 2부에서는 김보영 선생님은 HPV 백신과 십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연구를 나눠주셨습니다. 김보영 선생님은 HPV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저출산이라는 위기 인식과 맞물려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출산의 맥락에서 사업대상인 십대 여성들이 의미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혜진 선생님은 20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 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페미니즘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20대 페미니스트들이 합의된 하나의 페미니즘을 열망하는 한편, 페미니스트의 자격과 여러 입장에 대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분석해주셨습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젠더 수행에 있어 진영 논리나 하나의 전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판본을 가지고 폭력적인 방식과 싸워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해주셨습니다.

 

 

발표 세션에 이어 청중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고 갔습니다. 지역과 학교 내에서 지속적인 페미니즘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빠르게 의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연대체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강화 지역 노인 여성의 몸에 초점을 맞춘 풀뿌리 페미니즘과 같이 지역 사회의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활동이 대안으로 언급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에서 차이를 목격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페미니즘 서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네트워크 포럼과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 자리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이 글은 본 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의 자원활동가 박주현님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