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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친족성폭력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날까지: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운동 전략찾기 연속 간담회 1차

 

지난 7월 18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운동 전략 찾기 간담회인 <가족 관계 내 ’성폭력‘ 모르는 국가에 질문하기>가 열렸습니다.

 

친족성폭력은 4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및 동거하는 친족인 자가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을 행하는 것입니다.

친족성폭력에 대한 이미지는 언론에서 “패륜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표현합니다. (“아내와 별거한 그해부터, 미성년 딸들 성폭행 · 성추행”, SBS뉴스, 김성화 에디터)

친족 간 성폭행은 대표적인 암수 범죄(드러나지 않는 범죄)로, 가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부재라는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는 점이 피해자에게는 공포처럼 다가와 홀로 견디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부장적 가족구조 안에서 발생하고, 피해를 인지하기 어려우며, 반복적이며 지속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또한, 피해자가 자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아동학대 등 중복 피해에 노출되며, 가족구성원의 지지는 커녕 가족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아동의 생존권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문제, 가출 등 중복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공소시효의 문제가 피해자들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을까요? 오늘 간담회에 친족성폭력의 문제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세 분의 발제자를 모셨습니다.

 

<발제 1> 법은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을까?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 조사관)

첫째로 친권상실제도의 비효율성을 말합니다. 친족성폭력 피해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친권상실의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제1항, “친권상실선고 또는 후견인 변경 결정을 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 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특별한 사정”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가해자임에도 법원의 감수성에 따라 친권을 유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 좋게 언론에 보도되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지 않는 한, 친권상실 청구 자체가 시도조차 되지 않는 사건은 드물지 않습니다. 

발언하는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둘째,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에 따라 공소시효는 12~25년까지 공소시효가 적용됩니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범죄혐의가 있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으며, 법률 제252조에 따라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다만, 제20조 공소시효 특례 규정을 두어 13세 미만의 아동 및 신체・정신적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 피해에 대한 폭로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친족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소시효 제도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공소시효는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고, 반복범죄를 국가가 허용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친족성폭력 가해자의 3%만이 대가를 치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범죄자들이 평생 다른 피해자를 찾고, 가해를 반복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발제 2> 법은 가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1. 헌법 제36조 1항 의 의미 -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1)헌법의 우위: 헌법은 국가사회의 최고규범이므로 가족제도가 비록 역사적・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의 우위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

2. 호주제도의 위헌성

가) 양성평등원칙 위반: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주승계 순위,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

나) 개인의 존엄 위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음. 그러나 호주제는 당사자의 의사나 복리와 무관하게 남계혈통 중심의 가의 유지와 계승이라는 특정한 가족관계의 형태를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강요함으로써 혼인,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부합하지 않음.

다) 변화된 사회환경과 가족상: 성별을 떠나 평등하게 존중되며, 가족 구성이 다변화 됨, 여성의 경제력 향상, 이혼율 증가로 여성이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비중이 증가되며 호주제가 더이상 시대에 맞지 않음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 가족법에서의 혼인 규율 제정사


 ‘법적 가족’이 아니여서 겪는 차별

    -주거정책에서 차별

    -세금/상속에서 배제

    -<국민건강보험법>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자격 배제

    -<가정폭력차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가정구성원에서 배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가족돌봄지원 배제

    -친양자 입양에서의 비혼동거 차별

    -가족으로서 일상적 업무를 대리할 자격에서 배제

    -재난/위험/사망 시 가족으로서의 권리에서 배제

    -가족에게 부여되는 예외적 권리에서 배제

    -보상, 보훈, 연금수급권, 지원금 등에서 차별

    -군인, 경찰 등을 포함한 공무원의 경우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가족지원정책에서 배제

발언하는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발제 3> 공소시효 폐지 이후, 다른 사회적 기반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수수 한국성폭력 상담소 부설 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활동가)

피해생존자를 직접지원하는 열림터의 수수활동가는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입소 생활인의 다수가 친족성폭력 피해생존자이며, 이들 대부분이 집을 떠나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습니다. 친족성폭력은 가해자가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가하는 성적 폭력이며, 이미 비대칭적이고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형성된 가정 안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생존자는 자신을 지키면서 가해자와 맞서 싸우기 위해 집을 떠나는 것입니다. 열림터의 지원 현장에서도 통장 개설이나 휴대폰 개통에 어려움을 겪는 미성년 피해생존자를 자주 마주합니다. 이러한 문제는다른 가족 구성원이 협조할 경우 빠르게 해결되지만, 주거 문제는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원가족의 거주공간은 피해가 지속되는 폭력의 장소이므로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벗어나야하는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주거계약을 하기에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성폭력피해자보소시설에 6개월 입소한 피해자는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대상자에 해당하지만,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실제로 입주하기 어려워 유명무실할 뿐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안이 되어왔으나, 오랫동안 간과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복지는 가족이 “선가족책임 후국가보호”(송다영, 2014)가 기본 전제이며, 가족을 고발한다는 것은 안전한 복지로부터 이탈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피해자가 폭력을 말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사회는 제대로 된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가족을 고소할 수 있는 형법 조항이 존재한다고 해서 사회가 의무를 다 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수 활동가는 공소시효 폐지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가족 밖에 관계를 만들고 지원할 것을 요구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친족성폭력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 단위를 재조직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친족성폭력은 미성년인 어린이시기가 33%에 달하며, 피해 이후 상담까지는 10년 이상 걸리는 비율이 55%로 친족성폭력을 상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성인이 되고 처벌을 원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공소시효 만료로 끝나버리는 게 막막한 현실입니다.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미디어에서는 흔히 친족성폭력을 악마같은 한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라는 식으로 보도되곤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안전하게 말할 권리가 보장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식별되지 않는 가해자를 처벌함으로써 모두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님의 이야기와 함께, 간담회 자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친족성폭력의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과 고민을 가진 시민들과 함께해서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상가족’이 기본 단위인 현실과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제문제, 주거문제 등 여러 어려움을 간담회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외국은 아동성폭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여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데요, 미국은 형량을 중복으로 선고가 가능하고 형량의 상한선도 없기 때문에 지난 2016년 미국캘리포니아 주에서 친딸을 성폭행 한 친부가 징역 1503년을 선고 받았습니다.(‘친딸 성폭행’ 징역 1500년・・・ 우리도 가능할까, KBS뉴스, 오현태)

비슷한 사례인 오창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경우 계부가 징역 25년 처벌을 받아, 우리나라의 처벌이 비교적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이상 친족성폭력이 “짐승만도 못한 일”, “비인간적인 일”로 치부되지 않고,. 그 중 첫 번째,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가 친족성폭력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발걸음이 나아가길 바랍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가 기자단 틈의 솜이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