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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후기] 2023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제32차 정기총회 후기

 

2023년 1월31일 화요일 상담소의 제32차 정기총회가 이안젤라홀에서 열렸습니다. 무려 3년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총회였는데요, 그 동안 랜선으로만 소통해왔던  회원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위해 활동가들이 지난해 말부터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상담소 란, 열림터 '낙타' 활동가가 총회를 준비하며 조명을 돌리기 위해 사다리를 고정시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정관에 따라 총회의 의결권은 정회원에게 있습니다. 1년 이상 후원회원이었던 분들 중 원하는 사람들은 정회원이 될 수 있는데요, 이번 총회는 정회원 중  과반이 넘는 53명이 출석과 위임을 해주셨고, 더불어 6명의 후원회원분들도 참관으로 함께해주었습니다.

 

상담소의 '산' 활동가와 씨티경희 인턴십 '모자'가 안내 테이블에 앉아서 카메라를 보며 V 표시를 하고 있다.

 

 

 

정회원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7시반에 시작하는 정기총회에 앞서 6시부터 저녁식사를 진행했습니다. 여러 정회원분들이 후원해주신 샌드위치, 김밥, 피자, 귤, 파이, 떡 들을 나눠먹는 시간이었습니다. 

 

선민 정회원이 유심히 샌드위치를 고르고 있다.

 

회원들간의 교류와 대화를 위해 테이블을 6개로 나누었는데요 “비거니즘을 실천중인 회원”, “몸 움직이는 활동을 좋아하는 회원”, “저는 낯을 많이 가립니다… 극 내향인 회원” 등 테이블별로 테마를 정하고 각자 테마를 선택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회원홍보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지 않나요? 

 

 

테이블 위에 "집에서 상담소까지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회원", "<적극적 합의>, 뭔지 아는 회원"이라는 테마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저녁식사 시간 동안 막간을 이용해 회원들의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수상을 위해 총회에 참석하여 방금 막 후원을 시작한 회원, 인턴을 하며 이전에 총회를 함께 준비했다가 상담소의 활동에 의견을 보태고 싶어  정회원이 된 회원, 법률상담을 받은 것을 인연으로 회원가입을 하게 된 정회원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이 여러 이유로 상담소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관심이 가는 상담소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많은 분들이 ‘적극적 합의’ 와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꼽아주셨습니다.



 

 

인사말과 함께 시작한 총회 

대망의 7시30분이 되어, 이명숙 이사장님의 인사와 함께 총회를 시작했습니다. 이사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소장 오매, 신규 정회원이 된 하윤, 신입활동가 호랑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이명숙 이사장과 오매 소장이 의장석에 앉아 카메라를 보며 v를 하고 있다.

 

 

인사말을 위해 정회원 3명이 서있고, 가운데 서있는 정회원 하윤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올해 처음 정회원인 하윤님은 “생존자와 말하기”라는 2023년의 목표를 읽으며, 생존자와 함께 말하는 것이 상담소를 찾아간 이유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회원으로 인연을 맺고 자원활동과 인턴활동을 하며 함께해온 하윤님이 정회원이 된 것을 모두 함께 환영해주세요!



 

 

상담소는 무엇을 했고, 하게 될까요? : 사업보고와 안건 승인 

총회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회에서 사무국은 정회원분들에게 지난해의 사업을 보고하고 올 한해의 사업 계획과 예산을 승인받게 됩니다. 즉, 사업보고와 안건승인이 총회의 가장 중심인 셈이지요.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감이가 2022년 활동보고를 진행하고, 앉아있는 회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먼저, 2022년 활동보고는 감이 활동가가 진행해주었습니다. 총회 자료집의 200페이지가 넘는 달하는 아주 방대한 상담소 일년치 활동을 10분 안에 정리하여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속사포 같은 발표솜씨로 여성주의상담팀, 회원홍보팀, 성문화운동팀, 사무국의 일년치 활동을 소개받았습니다. 지난 30여년간의 상담일지의 데이터작업을 마쳤다는 발표에는 모두가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상담소의 조직문화 점검 제도인 ‘동료상담원제도’의 결과물로 나온 인권침해대응에 대한 보고도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승인이 필요한 안건은 2022년 결산 승인 · 2023년 사업계획 승인의 건 · 2023년 예산 승인 총 세가지 안건이었습니다. 

 

2022년 결산 승인과 2023년 예산 승인은  해주, 박지희 두 활동가가 각각 상담소와 부설기관 열림터를 맡아 설명해주었고, 정회원들의 동의로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숫자와 친숙하지 않은 회원들을 위해 다양한 표와 그래프를 활용하여 상담소의 재정현황을 발표해주었습니다.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신아가 2023년 활동계획을 설명하고, 앉아있는 회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2023년 사업계획은 신아 활동가의 발표로 이루어졌습니다. 올 한해 상담소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목표를 가지고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1 불안과 퇴행 속에서 지지않고 생존자와 말하기

2 성평등 지우고 성폭력 보수화하는 정치에 책임 요구하기

3 재정, 리더십, 조직문화를 탄탄하게 다지기

4 시대적 불안에 공감하는 시민들과 연결되기

 

‘불안과 퇴행’이라는 첫 번째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반성폭력 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시기이지만, 상담소는 그럼에도 지지않고 더욱 많은 생존자, 시민들과 더욱 자주 그리고 깊이 있게 만나면서 활동을 튼튼히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올해 사업계획의 중대한 변화 중 하나는 법률팀의 신설입니다. 현재 공익펠로우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도경 활동가(서울대 공익법률센터)가 5월부터는 상담소의 전임 상근 변호사로 일하게 되면서 법률팀을 신설하고 법제도 모니터링, 법률상담, 활동가 교육, 판례분석 등의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상담소의 미래를 함께 책임져요 : 임원 선출

이사, 감사, 소장단과 같은 임기직을 뽑는 것 또한 총회에 참석한 정회원들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2023년에도 신규임원과 중임임원(기존 임원이 다시 임웜을 맡는 것)의 선출이 있었습니다.

 

차성안 신임이사가 출마의 변을 발표하고 있다.
신임이사, 중임이사, 중임감사 후보의 이력이 적힌 PPT 화면이 띄워져있다.

 

 

 

먼저 신규 임원으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교 부교수 차성안 선생님과, 심리상담센터 위민의 대표인 김은아 선생님이 이사로 선출되었습니다. 

 

차성안 신임 이사는 이십여년도 전에 대학 수업과제를 위해 상담소를 처음 방문했다가 상담원 교육도 받고 법정지원모임도 했던 아주 오래된 상담소의 동반자입니다. 김은아 신임 이사는 2009년 전화상담자원활동으로 상담소의 문을 처음 두드렸고, 지금은 상담소의 많은 내담자들의 치유 과정을 조력하는 든든한 여성주의상담활동가입니다. 법률과 상담 분야에 깊은 내공을 가진 두 분이 합류하면서 상담소의 앞날은 더욱 든든해질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장다혜 이사님과 배자하, 허오영숙 감사님도 중임임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렇게, 임원선출까지 마치고 정기총회를 마치는… 줄 알았으나!

 

 

 

 

상담소 애정 전달의 시간 : 감사패와 시상 전달 

정말 중요한 순서로 감사패를 전달하고 공로상과 용감한반성폭력운동상을 시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상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숙 이사장이 감사패의 문구를 낭독하고 있다.

<감사패>

 최보원, 배순희 前 이사

 

 

 

이경환 이사가 '오늘의 풍경'에 공로상을 낭독하고 있다.

 

장다혜 이사가 서진, 박운정, 권지현님에게 공로상을 낭독하고 있다.

<공로상>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 풍경> & 서진, 박운정, 권지현(민주주의기술학교)

 

 

윤정원 이사가 용감한반성폭력운동상을 낭독하고 있다.

 

이미경 이사가 용감한 반성폭력운동상을 낭독하고 있다.

 

<용감한반성폭력운동상>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생존자 & 머니투데이 직장내성희롱 피해생존자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수상자분들은 서면으로 수상소감을 보내주었는데요, 그 중 모두의 가슴을 울린 머니투데이 직장내성희롱 피해생존자의 수상소감을 공유합니다. 직장내성희롱이 피해생존자에게 남긴 상흔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다짐이 모두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 벅차게 기뻤습니다.그동안 저를 지지해주시고 저와 함께 싸워주신 감이 선생님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무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직장에 힘들게 성범죄 피해를 신고했는데 도리어 온갖 불이익을 당하는 괴이한 일을 당하는 피해자가 저를 끝으로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온 지난 5년이었습니다.  수년간의 강제추행 피해에 이어 자행된 사측의 2차 가해로 인해 저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커리어가 끊겼고 극심한 정신적 상병을 앓으며 약물로 겨우 일상을 연명해 가고 있습니다. 피해를 공론화했을 2018년 당시 회사가 상식적인 대처만 했었더라면 저는 지금 건강과 일 모두를 잃고서 두문불출하며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직장내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입된 자원의 손실로 이어지는 중한 죄입니다.

약자의 인권을 부르짖는 언론사가 어이없게도 성범죄 피해를 알린 피해자를 가해하는 작태를 본 저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회사의 모두가 외면한 저의 손을 잡아주신 곳이 바로 한국성폭력상담소였습니다. 상담소 덕분에 저는 온몸의 용기를 짜내어 부정한 권력과의 지난한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결과 법원, 검찰, 근로복지공단 등 각급 기관에서 성추행 피해는 물론 사측의 위법행위도 함께 인정받았습니다.

지금도 회사는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도 않고 항소하면서 반성은커녕 소송과정에서 저를 향한 온갖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자 수많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것은 저의 싸움이지만 저 혼자만의 싸움은 아닙니다. 누구든 저와 같은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직장에 성범죄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근로환경이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총회에서 모아진 에너지와 용기로 2023년의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단체사진을 마지막으로 2023년 정기총회를 마쳤습니다. 저녁식사부터 총회까지 장장 3시간에 걸친 오랜 시간이었지만 모든 회원분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해주었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앞에 모여서 '화이팅'을 외치는 자세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1월의 마지막 날이지만 자리에 함께한 60여명의 온기로 따뜻하게 총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지않고, 포기하지 않고 올 한해에도 반성폭력운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함께해주신 회원분들과, 이 글을 읽고있는 상담소를 지지하고 애정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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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여성주의상담팀의 호랑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