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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릴레이 토크쇼 '동의X동의, 적극적 합의' 1부 관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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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릴레이 토크쇼 [동의 x 동의, 적극적 합의] 1부 관계편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릴레이 토크쇼는 ‘적극적 합의’의 세 가지 측면 - 관계, 주체, 실천- 에 대하여 다양한 경험과 영역의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적극적 합의’에 대한 더 확장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1부 관계편에서는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고, 여자들의 섹스북 저자 한채윤 님, 엄마 페미니즘 부너미 대표,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기획 및 공저 이성경 님,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 이윤소 님이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발제 중심의 딱딱한 발표보다는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행사를 만들고자 하였는데,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발표와 토크 덕분에 현장에서는 웃음이 팡팡 터지곤 했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현장의 웃음소리가 방송 음향에 섞여 나가는 아쉬움도 있었지만요;;) 생각의 전환과 확장을 불러 일으켰던 발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드리겠습니다. 

 

한채윤 님은 ‘잃어버린 합의를 찾아서: 적극적 합의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사전적으로 '합의'의 의미는 뜻이 맞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합의를 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 상상하는 것, 기대하는 것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행위 직전에 서로 동의하는지를 묻고 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얼마나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뜻을 맞추어 섹스하면 된다고, 성적 행위에 대한 뜻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채윤 님은 그보다는 '뜻이 맞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것'에 가깝다고 '적극적 합의'를 설명해주셨어요.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적극적 합의'는 성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순간을 넘어 일상으로, 관계로, 아주 긴긴 과정으로 확장되어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성경님은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부부 관계에서의 적극적 합의를 네 가지로 설명해주셨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섹스는 의무가 아니라는 합의”입니다. 아무리 등산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회사에서 강제로 상사에 의해 가는 상황은 즐겁지 않겠죠. 섹스가 의무가 될 때 더 많은 짐을 짊어지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두 번째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합의”입니다. 다른 일상은 즐겁지 않으면서, 서로 공유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면서, 평등하지 못하면서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즐겁고 충분히 교감하고 평등한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섹스도 몸과 몸의 만남이기 때문에 ‘피로’한 삶은 섹스를 막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정한 평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성적 행위는, 우리 삶 자체가 그러할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모든 행위들이 삶 안에서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세 번째는 “‘상호 기쁨’을 전제하지 않는 섹스는 ‘폭력’이라는 합의”입니다. 상호적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쾌락을 중시하고 몸을 살피고 불안과 고통도 나누고자 할 때 적극적 합의는 이루어집니다. “타인의 존엄성, 평등, 자율성,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안녕에 대한 인간의 권리 침해하지 않는 섹스”일 때 상호 기쁨의 지평이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적극적 ‘합의’에 대한 합의”입니다. 적극적으로/명시적으로 동의를 구하고, 거절을 당하고/하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적극적으로 상황 살피기'입니다. 성적관계에서 ‘합의’는 계약사항 확인하듯이 ‘예스’인지 ‘노’인지 상호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해 이해하고자, 상대를 존중하고자하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윤소님은 '손목잡기, 벽치기, 기습키스, ‘심쿵’ 아닌 ‘폭력’ : 미디어에 묘사되는 합의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손목이나 팔목을 잡아 돌리거나 낚아채기, 기습키스 기습포옹, 어깨/양팔 제압, 벽치기, 얼굴 부위를 만짐, 붙잡음, 뒤에서 포옹…. “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로맨스로 포장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들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널리 시청되며 이를 설명하는 영어표현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wrist grabbing korean drama” 라고 하는데요. 한국의 대중문화를 낯설게 바라보았을 때 저러한 장면들이 정말 로맨틱한 것이 맞나? 질문을 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미 한국의 많은 시청자들도 장면들은 불편하게 느끼고 있고 조금씩 미디어에서 로맨스를 묘사할 때 상호간의 의사를 확인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상담소 성문화운동팀에서는 올해 새로운 성문화·반성폭력 이정표로서 '적극적 합의' 담론을 심화하고 확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토크쇼는 저희 팀에게도, 상담소에도 '적극적 합의'를 설명하는 언어를 장착하고 내공을 기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토크쇼는 세 번에 거쳐 진행되며, 7월 22일(목) 7:30 상담소 유튜브 채널에는 2부 주체편이 생중계 될 예정입니다. 발표 주제와 패널은 아래의 이미지를 살펴봐주세요. 릴레이 토크쇼 다시 보기는 제공되지 않지만 추후 집담회 속기록을 엮은 자료집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현재 '성적 동의에 대한 경험 및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설문조사 바로가기: https://ovey.kr/f/pQsmEEA90P )

 

다른 관계, 실천, 욕망, 주체를 상상하고 탐색하는 모든 분들, '적극적 합의'를 알고 싶은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성적 주체로서 자유롭고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다른 세계로 함께 많은 분들과 나아갈 수 있길요.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