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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상담소 소모임 활동 후기

[후기] 내가반한언니 10월 모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더챔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 때문에 오랜만에 재회를 하면서 상담소 근처의 합정 롯데시네마에서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을 관람했습니다. 저는 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없이 막연히 영어에 대한 발랄한 영화인가? 하는 무방비 상태로 갔다가 제목과는 다른 느낌과 깊이의 여운, 폭풍 감동을 느꼈습니다.

 

영화관 또한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어서 이날 모인 다섯명도 방역 수칙을 잘지키면서 관람 및 근황토크, 영화평을 나누었는데요~ 코로나 시국이 일상의 많은것들을 제약하다보니 그에 따른 어려움, 심리적인 변화도 근황토크를 통해 알수 있었습니다.

 

상영 종료후 막차때까지의 시간이 촉박하여서 충분히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영화에 대한건 핵심적으로 압축해서 각자의 감상을 나눴습니다.

 

옥주공장 폐수 관련 보고서를 자기보다 연차 낮은 남성 대리에게 보고하라고 부탁 중인 자영.

상고 출신의 여성들이 회사의 불법 폐수 방출을 알게된 후 내부고발을 하는 과정인데 기존의 환경 영화들과는 다르게 여성주의적 관점도 엿볼수가 있었습니다. 회의때 유니폼을 입은 상고 출신 여성은 커피를 타고 나르는 역할을 하는 장면, 대놓고 그만두라고 하지는 않지만 임신후 비난과 압박을 느끼며 퇴사하는 상황, 내부고발로 인한 탄압에 대해서 여성들이 더욱 주도적으로 연대하고 남성 상사들을 설득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졸 출신인 세 주인공이 입고 있는 유니폼. 대졸 사원은 유니폼 없이 자유복장이다.

영화 내내 거슬리게 등장하는 유니폼은 사내에서 이들이 처한 위치를 보여주는 계급의 표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고등학생때 영화속 유니폼과 비슷한 자주색 교복을 입고 학교의 두발 규제 방침에 대해서 불만이었는데, 그 교복에 긴머리는 딱 여공같아서 안된다는 교사의 말을 듣고 황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했는데 어색하지 않게 군데군데 세심하게 소품을 활용한점도 장점이었습니다. 아쉬운점이라면 승진 조건인 일정점수 이상의 토익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회사의 방침을 따르는 장면들입니다. 회사의 폐수 방출 은폐를 드러내기 위해서 그녀들의 힘으로 영어를 번역하는 상황 때문에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해도, 그러한 방침에 문제의식을 함께 느끼는 과정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영화가 많은걸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갑자기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들도 있었습니다. 고졸 여성들을 배척하는데에 일조하며 회사의 불법행위에 동조했던 직원들이 갑자기 내부고발의 주체들과 빠르게 연대해가는것도 영화 시간상 생략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근본 문제보다는 외국자본으로부터 회사가 지배당하는걸 막기 위해서 회장이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든가, 외국 자본에 맞선 직원들의 단합은 마치 국내 대기업 지키기처럼 보일수도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고졸 여성들에게 유니폼을 강요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펼쳐오며 불법 폐수 방출을 지시하고 내부고발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존재들에 대한 책임은 부재한채, 외국인 사장만을 적으로 삼아서 대결하는 구도로 마무리된 것 같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큽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다른 부분들을 담기가 어려울수도 있었을테지만 이런 몇가지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환경 문제를 소재로 하면서 여성들의 주체성도 잘 드러낸 영화였다고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거대 기업에 맞선 환경 소송을 다룬 영화 두편 에린 브로코비치와 다크 워터스도 추천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이 후기는 내가반한언니 지은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