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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인터뷰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 5편

지난 4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상담소의 두 환갑활동가인 지리산과 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둘이 합쳐서 47년. 오랜 활동경력만큼 재치있는 입담과 케미로 많은 분들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주었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로 상담소에 들어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활동가 3인을 2년차 활동가 닻별이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총 5회 연재됩니다. 활동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먹고 살 만 한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로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매일 오후 6시, 함께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어: 닻별()

인터뷰이: 주리(), 유랑(), 낙타()

Q20. (첫 직장이라면) 활동가라는 직업을 수행하며 처음 기대만큼 좋았던 점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 처음에 기대했던 건 활동의 오랜 역사에서 오는 자신감이나 연대감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딱 기대했던 것 만큼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 보면 '인권친화적이고 평등한 공동체'를 기대하고 가는데, 저는 사람 모이는 곳이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런 기대는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 생동감 있는 사람들,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되게 좋았습니다. 다들 안 믿겠지만, 입사 당시만 해도 마음이 불안정한 상황이었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들, 나의 지지기반이 되어 줄 사람들을 만났다' 는 점이 되게 좋았고요. 아, 지리산(* 현 상담소 소장)이 큰 일 하는게 엄청 멋있었습니다. 맨날 '지리산이야 말로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고 다녔어요. 그리고 저는 지리산 옆에서 보좌하고 싶습니다. (웃음)

 

생동감 넘치는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상담소 생일 기념 소풍에서. (2020)

 


Q21. (다른 단체를 경험해보셨다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로서 타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것에 있어 차별점이 있을까요?

: 제가 이전에 일했던 곳과 상담소를 비교하기엔… 두 단체를 동일선상에 놓긴 어려울 것 같네요. 거긴 지역운동을 하는 곳이었으니까요. 근데 여기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자면, 2030 활동가가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활동을 하는 동지이자 친구가 될 수 있는 또래 페미니스트가 있다는 점이 좋았고, 이 공간의 약속(*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평등문화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약속문)도 좋았어요. 조직문화를 위한 다양한 고민을 실제로 하고 있는 공간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반성폭력 운동의 오랜 역사를 함께 해 온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해 발로 뛰는 초기 활동가들. (1991)

 

: 답을 들어보니 앞의 질문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

: 열림터 오기 전부터 지리산, 사자(* 현 열림터 원장)의 행보를 좋아했고 같이 일하고 싶었어요. 정말로 그 사람들과 대화하며 일을 하게 되어서 좋고, 같이 일을 하면서 더 자세히 알게되면서 더 좋아진 부분도 있어요. 여성단체는 아니지만, 대표가 좋아서 들어갔다가 싫어진 적도 있어서 이런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단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직접 지원 업무가 아니었어서 비교는 좀 어려워요. 근데 단체마다 분위기가 깨알같이 달라서 재미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곳의 깨알같음을 좋아해요.


Q22. 인터뷰 제목이 “활동가 먹고살 만 한가요?” 인데, 여러분의 답은 어떠신가요?

: 크게 빚이 없고 집에 우환이 없고, 먹여살릴 가족이 없다면 할 만합니다. 확실히 저희 월급이 가족을 꾸리고 살 만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데에는 좀 모자랄 수 있을 것 같아요. 삶에서 다른 선택지를 만들기에는 조금 모자란 금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당장 먹고 사는 것은 수습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얼마나 더  계획적이어야 경제적으로 쫓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왜냐하면 기본급이 낮으니 계획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거기에 일반적입 기업은 보너스나 인센티브, 연봉인상률을 감안하고 들어갈 수 있는데 활동가는 그렇지 않은 편이고. 공간의 여유가 있는 집이라든가, 큰 어떤 것을 계획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 저도 낙타와 같은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저 혼자 충분히 먹고 살고 집에 우환이 없고 빚이 없어서 당장은 먹고 살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제가 바라는 1인가구의 모습으로 살려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조금 우울해지곤 합니다.

: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늦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 공공주택에 도전합시다 여러분.

: 또 서울은 모든 게 비싸잖아요. 지금은 각종 청년정책 덕분에 혜택을 보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혜택이 사라지잖아요. 그리고 집이 커지거나 차를 사거나 하면 매월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은데. 그에 비해 제 월급이 크게 오를 것 같지 않아 걱정도 되고, 또 노후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 한국 사회가 사람에게 가는 돈, 그러니까 인건비를 굉장히 낮게 잡고 있잖아요. 대기업 외에는 거의 대부분이요. 그게 시민단체의 급여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상담소의 2030 활동가와 함께한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 살 만 한가요?>는 끝이 났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활동가들의 업무와 생활, 여러 제도를 설명하는 내용이라 이번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인 저의 끼어들기가 참 많아 편집하면서 참 많이 민망했답니다.

뒤로는 이번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준 세 활동가의 후기가 이어집니다. 세 사람의 후기도 놓치지 마시고, 8월 활동가 인터뷰에서 또 만나요!

 

 

기획/인터뷰/편집 : 닻별

녹취록 작성 : 닻별, 주현

 

주리

개인적으로는 인터뷰 하면서 낙타랑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구요. 닻별이 편집하기 전 속기록 버전을 봤는데 제가 아무말을 참 열심히 했더라고요. 저희가 말하는 게 여러분이 읽으시기에 재미있을까? 도움이 될까? 그냥 아무말은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모쪼록 유용한 인터뷰였으면......!

 

유랑

가슴 뛰는 반성폭력 운동을 하고 싶으신 분! 오세요, 활동가!

 

낙타

상담소의 2-30대 동료와 각잡고(뻥)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서 재미있었어요. 제가 입사하기 전에 궁금했던 질문들도 있어서 미래의 동료에게 도움이 되길,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께 활동가가 조금 더 친숙한 주변인이 되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