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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 :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기자회견 6/11

2020년 6월 11일은 때아닌 뜨거운 뙤약볕이었습니다. 이 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100여명의 활동가와 여성시민들, 언론기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조주빈 외 2명의 1심 공판을 앞두고,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범과 공범들이 전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법정 최대형이 선고된 춘천지방법원에서의 1심도 있었지만, 법원의 엄정한 처벌은 아직 '예측가능한' 정도에 있지 않습니다. 조주빈(박사방의 주범)측은 두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에서 특정 피해자들의 진술을 의심하게 하며 법정 증언을 이끌어내고자 하기도 했고, 인천지방법원에서의 어느 판결에서는 9개월 넘게 1600만원 가량의 영리 목적 피해촬영물 유포, 판매를 해왔던 자가 실형 1년에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는 출범 초기부터 피해자 관점에서의 사건 해결과, 정당한 정의로서의 가해자 처벌 두 가지 목표가 반드시 같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처벌이 중요한 이유는 피해자의 정의감 회복, 일상의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삶과 안부가 물어지지 않는 일방적인 가해자 처벌은 한계가 있으며, 가해자 처벌이 피해자들의 사정과 목소리와 안부를 반영할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을 알리는 웹 포스터

 

당일 기자회견은 공대위 참가단체이기도 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Ue3UpqpnW0&feature=youtu.be&fbclid=IwAR15nXkXf1hCABo5-09U1ssJWbp-fmXJbiiUqEr23T-e3SAD5svh9gOWxjY

 

첫번째 발언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법적쟁점과 피해자 지원의 과제"을 주제로 오선희 변호사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공동변호인단)가 해주셨습니다.

"조주빈과 공범들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저지르지 않았다거나 피해자가 자의로 사진을 전송하여 주었다는 등 피해자에게 비난을 돌리고 있습니다. 또한 견고한 공모로 쌓아 올린 성착취 범죄의 수익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한 채 가담의 정도가 적다는 등 반성이 아닌 변명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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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1]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법적쟁점과 피해자 지원의 과제

오선희 (변호사,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공동변호인단)

 

얼마 전 제2의 N번방을 운영하면서 여중생들을 협박하여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로리대장 태범’ 배모씨에게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인 장기 10년·단기 5년의 형이 선고되고, 공범인 ‘슬픈고양이’ 류모씨 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본질은 지배와 폭력이고 강간 등 신체접촉 성범죄에 비해 가벼운 범죄도 아닙니다. 그럼에 도 이제까지 우리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한 성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법원이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중형을 선고한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해결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박사’ 조주빈 외 2명 사건의 형사재판이 오늘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조주빈 사건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이와 유사한 사건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조주빈과 공범들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저지르지 않았다거나 피해자가 자의로 사진을 전송하여 주었다는 등 피해자에게 비난을 돌리고 있습니다. 또한 견고한 공모로 쌓아 올린 성착취 범죄의 수익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한 채 가담의 정도가 적다는 등 반성이 아닌 변명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는 가담자들 서로가 생산자·유통자·참여자·소비자가 되어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협업적 성착취 범죄입니다.

가해자들은 “여성이 먼저 고수익 알바에 응했다.”, “단지 유포된 영상을 재유포했을 뿐이다.”, “영상을 시청만 했을 뿐이다.”라고 범행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며 죄를 뉘우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성착 취 영상물의 피해자가 되기를 자원하지 않았습니다. 강간, 강제추행 등 신체 접촉 성폭력 범행은 가해자를 셀 수 있지만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영상물에 접근한 가해자가 대체 몇 명인지, 앞으로 가해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가해자들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이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범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영상을 보는 가해자가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성폭력 범죄의 피해를 당 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을 성적으로 노예화한 굴욕적이고 인격말살적인 이미지를 본 사람이 늘어나는 현실로 인해서 엄청난 공포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조주빈과 그 공범들이, 제2, 제3의 N번방 운영자들이,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 영상물에 접근하기 위하여 포털사이트에서 피해자를 검색을 하고 있을 수많은 사람 들이 협업하여, 공범이 되어서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범죄를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교묘 한 범행 수법으로 수익을 취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 영상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조주빈과 공범들 의 범죄 행위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피고인들은 연일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으나, 이는 자신들의 범행을 포장하려는 행동일 뿐 피해자들의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더 이상 그 누구도 피해자의 성착취 영상물을 보거나 가지고 있지 않도록,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이러 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주빈은 여전히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고 있지 않고, 이로 인하여 유료회원 즉, 성착취물의 제작·유포에 가담한 사람들의 존재와 그 규모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 니다. 조주빈과 공범들은 피해자들의 성착취 영상물을 판매하여 얼마의 수익을 올렸고, 그러한 범죄수익을 공범들과 어떠한 기준으로 배분하였으며, 이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조주빈 등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피해 영상물의 삭제 및 가담 행위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위하여 유료회원들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범죄수익을 스스로 밝히는 등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없이 반성을 운운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기만일 뿐입니다.

 

지난 5월 1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4항이 신설되어 소 지·구입·저장·시청 행위에 대해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 니다. 협업적 성착취 범행인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더 경미한 범죄란 존재하지 않으며, 가담자 모두 가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한 중대한 범죄자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어느 누구도 성착취 영상물의 피해자가 되기를 자원한 적 없습니다. 피해 영상물 에 접근하는 행위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사회적 비난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 없이 범죄로부터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또한,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있 는지를 고려하기에 앞서, 피해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한지, 회복불가능한 피해로 인하여 피해자 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의 디 지털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지 않고,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으려면 가해자들을 끝까지 찾아내어 그들이 저지른 죄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 발언은 현경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가 해주셨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이 자신에 대한 처벌이나 신상공개가 부당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행태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발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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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2] ‘박사방’ 공범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문제

현경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위헌은 당신들이다. 부따(강훈)와 천모씨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본인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는 이는 주제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지껄인 헛소리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가해자인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이며 위헌이다. 일부 영상은 피해자와 합의 하에 찍 은 것이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우습게도, 당신들은 바로 당신들이 훼손해 온 헌법의 가치를 논하고 있다.
여성계는 그간 마르고 닳도록 그루밍 범죄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천씨가 말하는 ‘동의'란, 피해자가 성착취 당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믿고 싶은 그의 환상에 불과하다. 천씨는 각종 수단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의 성적결정권을 유린했다. 그가 처벌받는 일은 그 자체로 헌법이 아동청소년의 성적결정 권을 수호한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또한 닉네임 ‘부따’로 알려진 강훈은 여성의 신상을 캐내고 그에 대해 협박하고 유포하는 방식으로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인물이다. 5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신상공개 청원에 서명한 것은 잔존하는 윤리적 문제를 몰 랐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주류 사회가 가해자 편이었던 탓에 성범죄자들은 사회적 처벌을 다 받지 않아 왔다.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여태껏 숱하게 일어났던 불법촬영 사건에서 우리는 가해자의 이름 대신 피 해자의 이름만을 듣고 보고 알았다. 이런 세상에서, 강훈의 신상이 공개될 때의 공익은 법원이 말한 바와 같 이 그의 사익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이는 처벌을 부족하게나마 갈음하고자 하는, 드디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한 이 시대의 요구이다.

 

이번 결정에 가해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본인이 그것을 모를리 없다.

 

당신들이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재판을 잠깐이라도 멈추기 위해, 또 혹시라도 모를 감형을 받겠답시고 벌이는 일들이다. 성범죄자들이 감형을 위해 하는 짓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가해자의 변호사들은 매일매일 반성문을 써서 피해자도 아닌 판사에게 전달하고, 여성단 체에 ‘반성용’ 후원금을 넣게 시키고, 범죄에 비해 미력한 처벌조차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 서 가해자들의 수입이 곧 피해자의 피눈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수임료를 받으면서 이런 일 을 벌이는 가해자의 변호사들에게, 그러고도 요즈음 꿈자리가 편안들 하신지 묻고 싶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와 여성들은 지금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한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위헌은 당신들이다.

세번째 발언은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가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지원 안내, 전국 법정 모니터링 현장'의 소개와 함께 전국적인 연대를 알리고 향후 계획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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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3]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지원 안내, 전국 법정 모니터링 현장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2016년 소라넷 폐쇄, 양진*의 웹하드 카르텔, 유명연예인 정준*의 성폭력영상들이 버젓이 공개된 카카오채 팅방, 아동성착취물 게재로 세계에서 악명을 떨치는 웰컴투비디오의 손정* 우리를 분노케 하면서 굳이 이 자 리에 오도록 한 조주* 등 이루 다 말 할 수 없다.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더 많을지, 디지털 세상에서의 끔찍한 성폭력, 이제는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 시간을 자꾸 끌 필요가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피해자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한계를 넘어서면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고리를 끊기 위해 이제 는 사회가 국가가 집중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지금도 어디에서 자리를 잡고 또 다시 운영을 재개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강간문화에 뿌리를 둔 디지털 성폭력은 그들만의 리그인 n번방에서 비밀스럽게, 더 자극적으로,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자행되고 있다. 비접촉성이어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의식도 없고, 불법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범죄 양상, 미처 마련되어있지 않은 법률, 설사 있더라도 처벌은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해 텔레그램 n번방들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 곳의 피해자들 대부분이 아동·청소년 그리고 20~30대 여성들이었다. 피해자들은 신상공개에 대한 두려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시선 때문에 쉽게 자신들의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다. 기존의 성폭력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주로 발생했다면 디지털 성폭력은 온라 인으로 확장되어 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피해는 가해자를 검거하고 처벌한 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영상물의 완전삭제가 불가능한 이상 피해자들의 피해는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n번방 운영자와 공범들은 검거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을 받으면 다 끝나는가? 아니다. 그 사이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피해를 인 식하지도 못하는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를 치유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남았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01년 성폭력상담소들이 만든 협의체로 전국 의 131개의 성폭력상담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보호와 지원을 위한 정책과 제도 및 사회의 변화를 도모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번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심층지원하고 있다. 상담소에서는 피해자들의 신고 전 단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상담과 의료지원, 법률조력 등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성착취 공대위와 지역의 단체들이 연대하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와 공범들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1인 시위, 피켓시위, 탄원서 제출, 재판모니터링을 통해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지 지켜볼 것이다.

 

아직도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법과 제도 등 미비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도록 지금까지 그래왔듯 끝까지 함께 걸어갈 것이다.

 

네 번째로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 해결을 위한 언론과 시민의 역할"에 대해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가 제언을 했습니다.

"성착취 사안과 관련하여 언론사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성착취는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어떻게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등 범죄행동에 초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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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4]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 해결을 위한 언론과 시민의 역할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던 조주빈이 검거되고 성착취 실상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잔인하고 끔찍 한 성착취 실태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분노하였습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해 언론은 경쟁적으로 보 도하였고 범죄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성착취’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성 착취’라는 용어를 쉽게 사용하게 되었고 20대 국회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성착취물로 변경하는 내용 으로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언론은 어떤 의제를 알리고 시민사회의 담론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동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언론에서 의제를 다루는 방식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큽니다.

 

이번 텔레그램 성착취 관련 보도에서도 ‘성착취’의 예처럼 좋은 영향을 준 경우도 있지만 역기능도 발생하 였습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보도, 직업 등 피해자와 관련된 정보를 노출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추측성 보도로 논점을 흐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보도도 있었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다루지 않고 시민들의 분노에 편승하여 감정적으로만 다루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언론은 조주빈 등 가해자 재판과 관련된 보도, 기획취재, 또 다른 성착취 사건을 보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어떻게 다루는지가 사람들이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는데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성착취 사안과 관련하여 언론사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성착취는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어떻게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등 범죄행동에 초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또한 가해자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범죄를 가능하게 만드는 성 산업 등 착취구조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렇게 범죄 집단과 결합한 성착취 산업이 청소년을 피해자로 혹은 범죄 자로 유인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아동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2차 가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기사나 영상 등을 제작해야 합니다. 범죄를 고발한다는 이유로 범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의 보도를 지양하고 가해자를 분석한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범죄 행위의 심각성을 약화시켜서도 안 되고 악마 같은 개인의 범죄로 표현하여 구조적인 문제의 초점을 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언론의 역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역할입니다.


사실 텔레그램 성착취와 비슷한 사건들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았습니다. 성인들의 알 권리, 볼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의 이유로 여성을 성적인 상품으로 전시하고 거래하는 것에 대해 외면해 왔습 니다. 성매매, 음란물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너무 쉽게 접근하고 이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에 대해 그러려니 하면서 무뎌진 감수성도 문제입니다. ‘나만 안 보면 그만이다, 일부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성착취 물을 보고 특별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으로 방치해 온 것인 성착취를 키웠습니다. 이렇게 방치 하는 동안 많은 여성과 아동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생을 포기하였습니다.

 

이번 텔레그램 성착취를 계기로 시민사회는 인터넷 기업과 이용자들에 대한 감시하여 성착취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피해자를 구출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기업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성착취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경찰에 알리고 범죄자를 색출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n명의 우리들’이 n개의 성착취를 부술 것이다.
‘n명의 우리들’은 결국 이길 것이다.

 

다섯번째,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수희 활동가가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한 입법과 그 의미를 짚어내고, 향후 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성착취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하고, 각종 성범죄를 관통하는 성착취의 본질을 담을 수 있는 개념 정립 및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합니다. 21대 국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통합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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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5] 온라인 성착취 관련 법 개정의 성과와 향후 과제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온라인 성착취 문제 해결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21대 국회는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여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20대 국회는 임기 만료 직전에서야 ‘n번방 방지법’ 등 온라인 성착취 근절을 위한 개정 법률안들을 통 과시켰습니다. 뜨거웠던 2018년 미투운동을 비롯해 불법촬영물 근절을 요구하는 수 십 만의 여성들이 거리 에서 목놓아 외쳤지만 국회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에서야 부 랴부랴 법안들은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4월 29일과 5월 20일 본회의에서 형법, 아청법, 성폭력처벌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등 온라인 성착취 관련 6개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로써 여성들이 그동안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불법촬영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저장, 또는 시청하는 등의 수요행위가 처벌받는 범죄가 되었습니 다. 온라인 성착취 범죄의 시작이 되는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과 강요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 만 아니라 강간·유사강간 예비음모죄가 신설되었고, 범죄수익 은닉 처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등이 이뤄졌습니다. 이로써 늦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조치들이 마련되었습니다.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진전입니다. 성착 취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판매하지 않더라도 이를 다운로드하고 시청하는 수요·소비 행위는 온라인 성착취를 조장하고 범죄의 수익구조에 일조하는 것으로, 이를 처벌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온라인 성착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온라인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 의해 피해가 반복될 우려도 차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성착취 순환구조에서 예비적 단계라고도 볼 수 있는,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죄 신설로 실효적인 범죄 예방 이나 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책 임을 더욱 부과함으로써 플랫폼이 온라인 성착취의 온상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다양한 유형의 온라인 성착취 행위들이 존재합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 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체계 마련과 이를 위한 법적 근거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여성폭력 대책 마련과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에 개정된 법률로 전반적으로 형량이 강화되었지만, 사법부의 성범죄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를 감안했을 때 처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신설된 소지죄 등이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 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요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 로, 법원이 양형을 관대하게 할 경우 제대로 된 처벌이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됩니다. 그동안 온라인 성착취 는 ‘범죄가 아닌’, ‘사소한’ 것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관련 범죄들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온라인 성 착취를 확산하고 공고화하는데 일조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성착취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 마련 등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그루밍을 비롯해 사이버스토 킹, 피해자 사칭, 피해자 촬영물 도용 등 현행법에서 규율할 수 없는 피해 유형의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온라인은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혐오, 폭력과 착취가 오프라인에서와 똑같이, 혹은 연결되어 행해지는 범죄의 공간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성착취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하고, 각종 성범죄를 관통하는 성착취의 본질을 담을 수 있는 개념 정립 및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합니다. 21대 국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통합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 같은 법안 개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회 내 특별위원회 등의 TF 구조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의 성착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여성‧시민들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성착취 문제 해결은 이제 시작입니다.

 

여섯번째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여러 비난과 의혹의 시선에 대해서 단호하게 선을 긋고 반대하며, 피해자의 상황과 처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하겠다는 발언이었습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에서 활동하는 리아님이었습ㄴ다. 


"피해자 중 누구도 자신의 성범죄 경험을 자초하지 않았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구조의 피해자든 노동의 주체든,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게 하는 세상 속에서 마치 구분이 가능한 것처럼, 텔레그램 성착취를 당해도 싼 사람, 아닌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저는 모든 피해경험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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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6] 피해자와 함께하는 시민들의 지지발언

리아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활동가)

 

안녕하세요.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중 한 명인 리아입니다. 텔레그램 성착취가 대중에게 주목받았던 3월부터, 많은 사람들이 사건의 잔혹함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왔습니 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을 거쳐 1인 피켓 시위에 참여한 인원만 해도 100여명 이상입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대규모 집회가 일어났을 게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에너지였습니다.

 

다만 그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해자의 가해 사실에 이목이 쏠리고, 법집행 과정의 부조리가 부각되는 와중에 피해자의 회복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는 것입니다. 순결한 피해자 프레 임에 부합하지 않는 ‘일탈계’ 피해경험자에게 책임을 묻는 가해도 빈번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피해자를 향 한 연대와 지지 발언을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조주빈 등의 재판이 시작되는 오늘,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강조하겠습니다. 일탈계를 했든 성매매를 했든, 착취와 폭력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 돈 쉽게 벌려고 그런 거 아냐? 가해자나 피해자나 마찬가지 아닌가?”
“너 설마 몸캠 하는 여자들, 섹계 만들어서 자기 몸 스스로 찍어 올리고 남자들한테 알티 받는 여자들이 잘 못 없다고 생각해? 걔네들이 자초한 거야. 지금 성매매하는 여자들 옹호해?”

 

애초에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했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성범죄의 원인은 가해자의 잘못이 100%입니다만,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성매매 하는 여자들 옹호한다. 몸캠 하는 여자, 섹계하는 여자들 잘못 없다. 돈 쉽게 벌고 싶은 것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돈 쉽게 벌어보고 싶다! 피해자 중 누구도 자신의 성범죄 경험을 자초하지 않았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구조의 피해자든 노동의 주체든,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게 하는 세상 속 에서
마치 구분이 가능한 것처럼, 텔레그램 성착취를 당해도 싼 사람, 아닌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저는 모든 피해경험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하고 싶습니다. 가해자가 제일 나쁜 놈이지만 피해자도 조금 잘못 하긴 했다는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선이 바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 되는 시선이기 때문입니다. 피해경험자 분들이 스스로를 긍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선이 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가해자 잘못이라고 해봤자, 자신이 했던 행동이 떳떳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런데 그게 당시엔 바꿀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던 삶의 조건이기도 했을 때, 결국 탓할 사람은 피해자 자기 자신이 되니까요.

 

정말로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는 피해경험자 분들이 이 사실을 알기를 바랍니다. 누구도 나만큼 잘 해 낼 수는 없었다. 내 상황과 처지에서 하고 싶어졌던 것, 해야 했던 것들을 나만큼 고민하고 실행했던 사람은 없다. 괴로웠던 성착취 경험 중에도 내 목숨을 끝까지 지켰던 사람이 나다. 그런 협박과 고문이 있었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나다! 우리는 그런 당신을 지지합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 경험으로 인해 부각된 단면 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여자로서 살아왔던 전 생애에 연대합니다.

 

오늘 피해경험자 한 분이 증인 신문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의 피해를 재판부에 직접 말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리 힘내시라는 인사 드릴게요.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었어요. 말도 다 너무 잘 하셨어요. 당신의 편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진술하다가 마음이 힘들어질 때 이 기자 회견이 조금이나마 의지가 되길 기도합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피해 경험자의 회복을 돕고 피해경험자 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발언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후로는 공대위 소속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한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정의로운 해결을 방해하고 감추려는 온갖 말들을 몸에 짊어진 사람들은, 그 말들의 판을 깨고 부숴버립니다. 그리고 붉은 색 끈으로 서로 이어지게 잡고, 힘차게 그 연결된 손들을 치켜 올림으로 정의로운 승리를 만들 것임을 몸으로 모습을 만들어 냈습니다. 

 

“징역1년? 집행유예? 사법부 흑역사 오늘로 끝장내라!”

“N개의 우리들이 N개의 성착취를 부술 것이다”
“우리는 피해자와 끝까지 싸운다”

 

 

마지막으로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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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우리의 연대는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피해자는 일상으로,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최대법정형으로!

 

2020년 6월 11일 오늘부터 텔레그램 상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사건 중 ‘박사(본명 조주빈)’, ‘태평양(본명 이지민), ’강종무‘ 대화명을 사용하여 채널과 대화방을 만들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의 주범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그 외 와치앤, 갓갓, 랄로, 켈리, 로리대장태범, 잼까츄, 부따, 이기야 등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협박, 강요, 영리목적 반포, 강제추행 등을 저지른 범인들과 자금과 영상을 제공하거나 제공받고, 범죄에 참여한 공범들의 재판이 열리고 있거나 줄줄이 송치,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 날이 오기까지 피해자들은 계속, 꾸준하게 구조 요청을 해왔다. 2018년부터 범죄를 알고, 협박을 받 고, 유포를 확인하는 날 전국의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장을 제출해왔다. 언론에 제보하고 신변유출을 무 릅쓰고 알렸다. 언론에 말할 수 없는 피해자들은 경찰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이 조직적 공모 범죄를 모 니터링하고 세상에 알린 것도 2019년부터 피해자에 공감하며 탐사를 시작한 여성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누적해 온 온라인 성폭력을 사소화하는 태도, 잡지도 찾지도 못한다는 무책임한 답변, 크게 처벌할 일이 아니라고 반복하는 솜방망이 재판, 피해자의 실제 경험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의 문제를 깨닫고 이제야 바로잡고 있다. 20대 국회는 부랴부랴 입법안들을 처리하고, 경찰은 대책본부를 열고 가해자 추적을 계속 하고 있고, 재판부는 사건의 경각심을 인지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처벌 수위를 선고하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성착취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응답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그 방향은 여전히 같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할지는 온라인 성착취의 특성에 기반해야 한다.

 

피해자는 아직 일상이 멀다. 뉴스에서 공론화될 때마다 추가로 영상이 올라오고 검색되지 않는지 두려 움에 떨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발견할 때마다 직접 삭제를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 차단과 필터 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내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해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주변에서 비난받고 2차 피해를 겪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학교와 공공기관, 직장 곳곳에서 온라인 성폭력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지침에 반영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감수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타인의 성적이미지에 대한 유포, 저장, 구매, 시청의 행위는 이제 범죄라고 모두 알고 주변에서 언제든 즉각 말해주는 모습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의 문제이며, 우리가 용인하는 구조적인 문화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치유도 생계도 안전 도모도 힘든 상황에서는 긴급 구조되어야 한다. 악의적인 유포나 추가 범죄에 대한 법률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가능하다.

 

가해자들은 처절히 반성해야 하고 사죄해야 한다. 사죄는 재판부에 수십개의 반성문을 내고, 아버지의 직장동료까지 동원해서 내는 탄원서를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죄는 오로지 자신의 범죄가 해악을 끼친 이들의 피해가 복구되거나 치유될 수 있을 때 그 시작이 가능할 따름이다. 수많은 영상을 유통하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개인정보를 확산하고, 수익을 올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며 해도 된다는 믿음 과 잡히지 않는다는 신화를 유포해온 사람들에게는 최대 법정형이 선고 되어야 마땅하다.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모방 범죄와 유포에 대한 책임까지, 앞으로 계속될 유포 위험에 대한 책임까지 그 해악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최대법정형으로!

 

우리의 연대는 너희들의 공모를 이길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에 공감하고 가해를 함께 막아내고자 하는 시민들과, 전국 곳곳에서 이제까지처럼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공범과 가담자 들이 대법원 선고될 때까지 재판을 모니터링하고 의견과 탄원을 조직하고 피켓을 드는 힘을 모아가고자 한다. 피해자와 피해자 지지자들의 일상이 회복되고 삶의 존엄함이 살아나는 여정에 상담과 지원, 제도 와 자원 연결로 함께 할 것이다.

 

입법과 제도와 정책이 입법자와 사법자들의 권한과 역할만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구체적인 힘이 되는 형태로 손에 쥐어 지도록, 제도와 지침이 시민들의 인식과 지식을 바꾸는 명확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논의와 제언을 지속할 것이다.

 

피해자와, 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들이 웃고, 행복하고 희망을 회복하는 것이 이 싸움의 승리다.

 

2020년 6월 11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