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일간지의 보도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성폄하 발언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계속되는 후속 보도로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아나운서가 꿈인 대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에게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해준다며 “뭇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는 등 여성비하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 언론들의 후속보도에 의하면, 강 의원은 그간 여러 자리에서 여성의원들의 외모에 대한 품평을 거침없이 했고, 심지어 몇 년 전에는 당 홈페이지에 박근혜 의원의 외모가 섹시하다는 내용 외에는 아무 내용도 없는 저급한 칼럼을 올린 적도 있다.
오늘(21일) 오전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언니네트워크,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 등 마포구에 터전을 잡고 있는 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진보신당 마포구당원협의회가 함께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규탄과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 의원이 마포구 지역구 의원인 까닭에 마포구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움직이게 된 것이다.
기자회견문
우리는 지금 참담하고 어이없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바로 어제(20일)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도저히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마포을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강용석 의원은 지난 16일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심사위원을 맡은 국회의원들이 함께 한 술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해주겠다"며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 다며 여성비하발언을 했다. 또한 강 의원은 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는 아나운서가 꿈인 그 자리에 있던 한 대학생에게 성희롱을 버젓이 자행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며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해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기사를 접한 수많은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은 바로 강용석을 국회의원으로 배출한 마포지역의 주민들일 것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보도가 나간 몇 시간 후 당 윤리위원회를 재빠르게 열고 강용석 국회의원의 제명을 결정했다. 하지만 윤리위원회에서 제명되었다고 해서 사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2/3이상의 의결을 통해 확정되어야 하며 한나라당에서 제명되는 것이 곧 국회의원직 박탈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정치권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해마다 반복되는 데에는 각 당이 물의를 일으킨 의원에 대해 가벼운 징계에 그치고 제명이나 자진 탈당 등 중징계가 내려지더라도 여론이 수그러들면 슬그머니 복당을 추진하는 등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국회의원 강용석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한나라당을 비롯한 이 나라 정당들과 정치인들은 이 사태를 강용석 국회의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여 또다시 제2, 제 3의 강용석이 나오지 않도록 성희롱, 성폭력 방지를 위한 당내 제도개선과 인식개선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사실 이미 자신이 속한 당에서 제명조치를 했다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명백한 성희롱을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만약 강용석 의원이 정말 무고하다면 그야말로 한나라당 전체가 재보선 악재를 피하기 위해 국민전체를 우롱한 한 편의 코미디가 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강용석 의원이 제명 조치에 앞서 명예훼손 운운하며 그런 사실이 없다 발뺌하고 기자회견 열어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자신을 뽑아 주었던 마포구민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강용석 국회의원은 더 이상 마포구민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지금 당장 마포구민과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자진사퇴하라. 우리는 당신을 지지했던 수많은 마포구민 앞에 변명과 회피가 아닌 책임 있는 태도를 바란다. 만약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한나라당에서 제명되고 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국회의원직을 수행해 나간다면 당신을 지지했던 수많은 마포구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단순히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데 있지 않고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통해 성숙하게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지역에서 당선시킨 국회의원을 지역주민들이 소환하여 평가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틀이 없어 마포구민들의 참담함과 답답함을 풀 길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국회의원 주민소환제 운동을 마포지역에서부터 펼쳐나감으로써 지역사회로부터 시작하는 성희롱, 성폭력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나라당 마포을 국회의원 강용석 성희롱 발언 규탄과 사퇴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2010. 07. 21
강용석 의원은 성희롱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무릎꿇고 사죄하라! 강용석 국회의원은 국민앞에 사죄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국민앞에 나서라! 성희롱 일삼는 강용석 의원은 마포주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
우리 상담소의 이윤상 소장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차별적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소명을 가진 의원 본인이 여성폄하 발언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서슴치 않는 상황에 대해서 분노와 답답함을 표현하였다.
강 의원은 지난 2008년 젊은 나이에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직에 진출하였고, 어제 이번 사건으로 탈당조치를 당하기 전까지 한나라당의 청년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사회가 변화하고 양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시대에 교육을 받고 의원직을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우리가 ‘젊은 피’에 기대하는 바가 조금 다른 것도 사실이다.
새롭고 혁신적인 사고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보다 시대에 맞는 대안을 내놓는 것, 이것이 우리가 ‘젊은’ 사람에게 좀 더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아니었던가.
그래,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두자. 이번 일로 수천년 역사의 가부장제 통념을 타파하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 정도,
나이가 조금 적고 많음이 결코 많은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를 깨달은 것으로 하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피켓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서 취재를 마치고 카메라를 정리하던 어떤 사진기자의 말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머리에 남는다. “에구 또 애꿎은 한 놈 죽이는구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건 터졌다 하면 정신없이 몰려들어. 하기사 나도 쫒아왔으니깐.”
아! 이건 뭔가! 이 기자는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우리 기자회견의 취지를 잘 전달하고자해서 취재 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국민들이 좋은 사회 만드는 일 열심히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몰상식한 발언을 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답답한 심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이 기자에게 강 의원은 그저 운 없어서 ‘애꿎게 당하게 된 사람’ 정도였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