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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일이 자꾸 떠오른다- 성폭력과 기억 1 고통스러운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감각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실수로 종이에 손을 베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순간, 그 기분 나쁜 통증이 다시 손 끝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그러므로 누구나 힘들었던 기억은 깊이 묻어두려고 한다. 그. 러. 나. 덮어두려고 해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은 어찌할 수 없다. 그 기억들은 너무나 파편화되어있다. - 가해자의 손, 입 가해자가 한 말, 짤막하게 끊어지는 가해의 장면들. 종종 감각적인 부분만이 기억나기도 한다. -몸에서 느꼈던 끔찍했던 느낌, 경직, 땀 냄새, 뭔지 알 수 없는 장면. 때로는 가해장면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그 주변 환경만 기억날 수도 있다. - 째깍거리는 시계의 초침소리, 창 밖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 더보기
[性깔있는 성교육] 우리 아이의 성! - ⑨ 성교육, 누가하는게 좋을까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문학동네가 함께하는 은 아이들에게 성(性)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를 묻고 답하며 고민을 나누는 자리입니다.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질문과 행동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분들의 생생한 고민과 속 시원한 답변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를 방문해 주세요! 오늘날 자녀 교육에서 어머니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는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대부분의 육아 지침서에서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들의 말과 행동-특히 어머니-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내가 한 말이나 태도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면 어쩌지요?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걸 생각하면 죄책감마저 생길 지경입니다. 여기서 잠시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볼까요? 우리는 당시 부모님에게 잘된 성교육을 받아.. 더보기
아버지 성폭력에 도망나왔지만, "그래도 장례는 치러야"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는 내게도, A씨에게도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A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상담을 하면서이다. A씨는 어릴때부터 가해자인 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 성폭력피해를 견디어 냈다. 성인이 되고, 돈을 벌게 될 때까지. 딱 그만큼을 잘 견딘 A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그때의 결심처럼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해자가 생명이 위독하니 마지막 임종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A씨는 고민했다. 무척, 여러 번,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가해자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을 병원에 전했다. 병원의 반응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그.. 더보기
생존자와 여성운동: 생존자의 진짜 치유 피해자가 더 이상 자신을 탓하는 것 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자신의 진짜 생각과 느낌을 담은 성폭력 경험을 다시 쓰는 동안, 피해자는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재조명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여자는 좋아도 한번 쯤 싫다며 튕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더 커야 어울린다는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체육시간에 땀에 젖도록 축구를 하는 것은 남자 애들이나 하는 것이고, 당연히 밥상은 엄마가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성폭력 피해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것 이라 쉽게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슬슬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에서 부터 진짜 치유 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을 조장하는 이 사회의 잘못된 메시지를.. 더보기
생존자와 주변인: 감히 치유를 말하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치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해 받은 사실 조차 친구에게 속 시원하게 꺼내놓지 못하고, 부모에게 맘 편히 위로 받을 수도 없는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치유란 과연 뭘까? 혹시 우리가 그들에게 치유라는 것을 권할 때 우리들의 말 속에 ‘너만 힘들뿐이니 빨리 용서하고 잊어버려라’라는 몰이해를 담고 있지는 않았나. 우리는 반드시 치유를 권하기에 앞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난 진짜 그의 목소리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치유에 필요한 건 경험을 재해석하는 힘이다. 세상의 통념 속에 갇혀 자신의 경험을 범죄피해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좀 어리석어서’, ‘내가 처신을 잘 못해서’, ‘나 때문에’라는 말들로 채워간다면 결코 성폭력 트라.. 더보기
벼락은 왜 우리에게 치는가 올여름 유난히도 더 덥고, 열대야의 밤은 삶을 더욱 피곤케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소식은 그나마 한줄기 기쁜소식!!! 그러나 기쁜소식도 잠시 빗줄기와 함께 천둥 번개가 상담소를 방문했다. 키폰선에 살포시 내려앉은 벼락~~ 그날 하루동안 모든 전화는 불통이 되고, AS를 부탁한곳에도 수리 일정이 밀려 늦어지고 있다는 비보. 벼락맞아 전화가 안되는 곳이 우리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프지만 위로가 되는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다. 상담소와 함께 산역사를 지내온 키폰박스가 오랫동안 붙박이처럼 한 장소를 고집해오고 있던터라, 점검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그 장소라는 게 사무실용 에어컨이 키폰박스 앞으로 설치 되어있고, 이 둘은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움직일수 없는 것들이다. 누가 양보를 해야할지 모.. 더보기
고추! 강원도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하셨다며 싱싱한 아삭이 고추를 보내주신 '숑'님.. ('숑'님이라는 것도 제가 택배 주소를 통해 알아낸 이름이랍니다. 감사의 인사와 소통은 윤상이 하셨구요 ;;; 다음에는 저도 인사를 드려야 할까봐요 ㅎ) 상담소를 아끼고 생각해 주시는'숑'님의 마음이 보내 주시는 농산물 하나 하나에 깊이 어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보내주신 아삭이 고추도 정말 아삭! 아삭! 마구마구 매운 것도 아니고 알싸하게 맛있게 매웠던 고추! 스트레스를 맛있게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숑'님~'숑'님의 땀과 정성으로 활동가들은 원기회복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더보기
실무수습교육을 온 학생들은, 멋쟁이☆ 8월 초,, 서울대 로스쿨 학생 3명과 동국대 법학과 학생 3명이 '2010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실무수습교육'을 역량있는 활동가-보짱의 담당아래-받았습니다. 와~ 멋진 친구들! 보짱의 노력 덕분인지 6명의 학생들은 수습교육 마지막 날 (사실, 동국대 학생들은 그 다음주까지 교육이었지만요 ㅎ), 상담소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왔습니다. 학생들은 감사한 마음을 활동가들에게 화장지와 케익과 후원가입서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활동가들은 너무나 감동 받았지요! 정말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원회원가입서는 참여기획팀 담당자인 저에겐,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히힛! 아참! 선물 증정식이 있었지요! 이 기쁜 순간을 사진으로 찰칵!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활동가들 모두 일어나 맞이하였습니다. 학.. 더보기
귀신붙은, 전자렌지! 한국성폭력상담소에는 전자렌지가 하나 있답니다. 하얀색의-정말 간단한 기능만이 존재하는 평범한 전자렌지! 바로 요녀석입니다!! (짜잔~!!) 그런데 이 녀석은!! 활동가들이 만지지 않아도 타이머 설정을 해 놓지 않아도, 혼자서 스믈스믈 움직일 때가 있어요! 꺄악~~~!! 특히!! 밤에!!! 활동가들이 야근을 할 때, 혼자서 돌아가기 시작해요! 어느 날은, 혼자서 돌다가 전자렌지 속 그릇이 가열되어 펑~! 쨍그랑~! 깨져버렸답니다. 꺅~~!! 야근 하던 활동가들은 깜짝 놀라 전자렌지를 살폈고 혼자 돌아가던 전자렌지는 그릇을 깨고 나서야 멈췄어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원... 한 두번도 아니고요.. 정말 우리 전자렌지에 귀신이 씌인 걸까요? >.< 무서워요 무서워! 귀신이 씌였든 안 씌였든, 전자.. 더보기
실언과 성희롱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2010년 8월 12일 오전, 라는 토론회를 위해 여성단체들과 각 정당의 여성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제목만 들어도 한숨이 길게 나옵니다. 정치인의 성희롱 발언은 다 무엇이며, 이걸 이대로 둘 것인지 말 것인지를 토론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으로 끊이지 않는 정치인들의 성희롱/성추행은 또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토론회의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2002년도 이후에 여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사건만을 추려 정리했는데도 9가지나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론화 되었던 사건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힘들만큼 많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사건!' 하면서 기억이 딱 떠오르더군요. 토론회 하루 전 날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