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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명문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센스 넘치게 주목하는 tip! tip! tip!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명문 의대생성폭력 사건으로 인터넷이 시끌시끌합니다. 급기야 해당 대학의 졸업생들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학교측에 가해 학생들을 출교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여론은 더욱 뜨겁습니다
.
몇 년 동안 함께 공부한 학우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것. 가해자들이 장차 의사가 되어 누군가의 몸을 치료할 사람들이라는 것. 이들의 부모가 재력과 인맥이 짱짱한 사람들이라 형사처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노 섞인 추측. 결국 해당 학교명을 성기를 연상하는 이름으로 바꿔부르며 조롱하고 있죠
.

매일매일 새로운 성폭력 사건들이 알려지고 있지만, 왜 사람들은 이 사건에 더욱 크게 반응하는 걸까요
.
이런 분노가 과연 앞으로 유사한 성폭력사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유사 성폭력 사건들을 예방하기 위하여, ‘분노보다 현명하게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하려 합니다. 이번 사건에 끝까지 주목하고, 깊이깊이 고민해보며 성폭력 근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아요. 고고!



1.
왜 이 사건은 유명해졌을까?

 

아마 지금도 각 대학의 성폭력상담실에서는
학내 성폭력 사건을 상담
, 처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흔히 대학내 성폭력 하면
 
교수 성폭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학생 간 성폭력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번 사건처럼 학과 혹은 동아리 등
학내 모임의 엠티나 회식 자리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사건입니다
.

아마도 이 사건이 어떤 기자에 의해 기사 감으로 포획된 이유는,
바로 명문대생의 집단 성폭력 행위때문인 듯합니다
.

유명 사립대 의대생들이 몇 년간 함께 공부한 여학우를 성추행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였으며
,
수사 과정에서 약물 투약과 강간 행위도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죠.

고학력 전문직 계급의 범죄 행위에 대한 분노.
가해자들이 의사가 되었을 때 내가 그들의 환자로 만날 것에 대한 불안감.

이처럼 이 사건이 많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는 것은
성폭력말고도 여러 이유들이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

 

2. 사실 문제는 문제

: 성폭력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

 

고려대 측의 학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가
오늘 또다시 언론을 타고 시끌시끌합니다
.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를 원직 복직시키려는 학교의 움직임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죠
.

이렇게 고학력 전문직혹은 고위층 성폭력 사건을 목격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가해자들은 성폭력 가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매우 당황해 하면서도,
어떤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건의 해결이나 반성보다는 지금의 직업을 잃게 될까를 가장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올라가기 힘든 곳'에 있는 만큼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요
.

가해자 주변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내가 너의 입장을 아니 어떻게든 너가 성폭력 사건으로 직업상 위기에 처하는 것은 막아보겠다고 결의하나봅니다.

모든 성폭력 사건마다,
가해자에게 너의 모든 사회적 자원들을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문제는 그들의 태도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비호가 피해자 보호보다 항상 앞서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3. 내가 바라보는 사건의 핵심은?

 

그렇다면 이 사건에 분노하는 의 핵심은 뭘까 잠깐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 사건의 시작이었던 성폭력자체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만 남은 것은 아닌지요.

   

4. 신상털기와 출교조치 - 가해자 겁주기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이 확대되자 인터넷에선 바로
신상털기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옳지 않다라는
누리꾼들의 자정의 목소리도 나왔고요
.

하지만 아직도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개인 정보를
웹사이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신상털기와 대비되게 지지받고 있는 것은
가해자 출교 조치 요구입니다.

현재 이 작업은 고려대 졸업생들에 의해 1인 시위로 진행되고 있죠.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발생한 일을
학교와 관계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해결한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하지만 출교조치 요구가 가장 주목해야할 해법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성차별적
, 폭력적 대학문화 등등을 반성하고 
대학내 성 문화를 바꿔내려는 의지와 노력없이 가해자를 출교시킨다면
,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대학 안에서 또 다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

이 점에는 누구나 동의하리라 생각해요.

학교 측이 사건 며칠 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보게 해서 논란이 되었었죠.

피해자에 대한 배려 부족
,
사건이 발생한 공동체로서의 책임감 부족 등
학교측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정말 부족하다는 것이 목격된 상황이었어요
.

우리는 바로 이러한 학교측의 판단과 조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


만약 학교가 문제 학생들을 출교하는 결정을 내리고
이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

실효성 있는 학내 성폭력 방지 대책과
가해자 교육
(징계)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겠죠!

 

5. 점점 더 소외되는 피해자.

이러한 고민들이 계속되는 동안
사건의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서
,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일들을 지켜보고 있을까요
.

어쩌면 기자가 이 사건을 흥밋거리로 단독 특종보도하는 순간부터,
피해자가 더 힘들어 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

만약 그렇다면 그 학생이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건을 지켜보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

 

6.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

: 학생간 성폭력을 감추는 소문들. 조직 명예와 가해 학생의 진로 문제에 유독 신중한 학내 성폭력.

우리는 전체 성폭력 신고율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수치심,
가해자와 대면하고 싶지 않은 불쾌감
,
고소에 따른 불이익 때문에
차마 성폭력 가해자를 고소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

이런 와중에 성폭력 사실이 가해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
그것은 폭력 사건이 아닌
누구와 누구가 그렇고 그런 관계였더라로 각색된 성적 소문으로 퍼져 나갑니다
.

아마 이 사건이 성폭력으로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이 사건의 피해자분은 흉흉한 성적 소문의 여주인공으로 둔갑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런 일은 학교안에서 더욱 비일비재 한 것 같습니다
.

캠퍼스커플 관계에서 데이트성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 여학생은 학교를 휴학하거나 친구들 모임에서 이탈하지만
,
가해 남학생은 그대로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데이트성폭력이 성폭력이 아닌 성적 소문으로 흉흉하게 돌아다니며,
소문 속의 여학생을 괴롭히기 때문이겠죠
.

학내 성폭력 피해 여학생이 마주치는 어려움은 소문뿐만이 아닙니다.

학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인 학생이나 교수의 학습권과 노동권은
왜 항상 피해자의 인권보다 우선시되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

아마도 그 이면에는 명예실추를 걱정하는 학교측의 입장이 존재하는 것이겠죠.

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조직,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적절한 조치를 스스로 취하도록 하는 조직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고
성폭력 사건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
내가 속한 조직을 되돌아보며 성폭력 근절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