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담소는 지금

미술로 말걸다. 「불나방」이야기

미술로 말걸다. 「불나방」이야기

-불나방들이 오늘 파티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놀았나 이야기해 줄께요!

 

1. 채리와 함께, 그림을 그렸어요.

 

1) 생태계 속의 나

-마음에 드는 잡지 속의 그림이나, 인상적인 사진들을 가지고, 생태계 속의 나를 표현해 봤어요. 나와, 타인과, 세상과... 내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어떤 인연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2) 먹물이 만들어주는 이야기

-물기를 머금은 도화지에 먹물을 뿌려서 먹물의 번짐과 퍼짐을 살펴봤어요. 먹물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더라구요.

 





3) 찰흙이 만드는 욕구

-찰흙을 가지고 놀다가, 떠오르는 것을 만들어봤어요. 내가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욕구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우리에게는 사랑과, 인정과, 존중과, 안전한 휴식이 필요하더라구요...






4) 어딘가에 있는 또다른 나를 찾아서

-명상을 통해서 만난 어딘가 있을 또다른 나를 찾아봤어요. 그 친구를 만나서 색지에 옮겨 보았어요. 그 친구들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왔답니다.










 

5) 석고 만든 내 얼굴

-석고로 얼굴을 떴어요.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물에 적신 석고종이를 얼굴에 살살 바르면서 느낀 매끄러움, 따스함이 좋았어요. 굳은 석고를 얼굴에서 땔 때는 살짝 아팠어요.

-완성된 석고상을 보면서, 밖으로 보여지는 내 모습과, 석고 안의 내 모습이 다른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6) 캔버스에 드러난 내 몸

-캔버스에 누워서 혹은 앉은 후, 내 몸의 이미지를 스케치했어요. 거기다 색칠을 하면서 내 몸이 그림으로 표현될 때 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 몸이 나도 모르고 있던 나를 알여줬어요. 땡큐!
 







2. 수수와 함께, 여성들이 작업한 전시들을 둘러봤어요.

 

-우리는 그동안 전시회에서 꼿꼿이 서서 그림들을 봤어요. 어색하고, 불편하고, 때로는 그 엄숙함에 주눅이 들기도 했는데... 많은 언니들이 그동안 즐겁고 재밌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 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아무 말 없이 여성들이 손을 잡고 인간 퀼트를 만드는 걸 보고, 사람만으로도 작품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오늘 우리가 하는 파티도 새로운 형식의 작업이 될 수 있겠죠!

 













미술로 말걸다에 참여한 불나방들의 소감...

 

지나

미술에 말걸기 전... 그동안 붓을 꺾었기 때문에ㅎㅎ 그림을 그린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도 생기고... 살짝 긴장되기도 했지만... 기대됐어요. 막상 미술에 말을 걸어보자... 의외로 즐겁고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그림이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내가 미쳐 몰랐던 내 안에 숨겨진 감정들도 찾아주었어요. 내가 다양한 색들을 선택하고 그걸 섞기도 하고고 하더라구요.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대로 해보고 싶은 대로 하면 되니까... 부담없이 손쉽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함께 작업한 불나방들의 날카로운(?) 소감은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어요. 5월에 시작해서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났네요. 그동안 화려하고 다양한 색들과, 다양한 질감의 재료들과,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빈 캔버스가 있어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불나방들과 채리와 수수에게 고맙다고 전해요.

 

너나

지나님의 소개로 미술로 말걸다에 참여 했어요. 처음엔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되었습니다. 또 미술이니까 미술을 잘 그려야 하나 싶어서 불안한 마음도 생기고 그랬는데 그 긴장은 편안하고 자신감으로 어느새 변해 있었어요.

함께한 분들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모습 속에 신뢰의 싹이 자라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미술을 그려 본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마음껏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도 가고 위안이 되기도 했던 시간들이 사람을 보는, 세상을 보는 저의 작은 변화들과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나비효과처럼 내 안에 있는 작은 씨앗들이 움트는 나무 그리고 숲으로 울창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감사하고 고마운 시간들에 행복했습니다. 그 변화들을 함께 해준 채리님과 수수님 그리고 우리들에게 감사한 말씀을 전해 봅니다.

 

팥쥐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지’란 마음의 표현입니다. 석 달 가량을 누워 있다가 그림치료하며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즐거웠습니다. 내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과 나눈 시간이 좋았어요. 한꺼번에 치유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더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으로, 나와 같은 아픔의 기억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길 바래요. 모두들 행복하세요.

 

달피

별로 할 말은 없고. 두 말하려니 입이 아프네요. 흐흐하하! 여기에서 만난 분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에너지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줬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 슬픔은 나누면 절반! 이제 마음 아픈 일이 있어도 혼자서 끙끙거리지 않을거에요.

 

소무래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지만 매시간 가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또 나오면서도 뭔가 큰 결심을 하면서 나오게 되는 그런 7주였습니다. 사실 몇몇 시간들은 감정이 너무 격렬하고 마음이 어지러워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반사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들 말들에 대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헤아려 보느라고 나중에는 좀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그것이 주는 에너지가 정말 크고 감사했습니다. 이제 그냥 행복해져염 꺅

 

명자

소감은...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나는 미술로 말걸다에 참가하면서 특별히 기대한 건 없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는 좋았어요. 뭐가 제일 좋았냐하면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 끝나고 나니까 서운해요. 그냥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서운하네요.

 

리무

긴장했던 지금까지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다들 청소르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이 있으면 끝도 금방올 것이라 생각은 했었다. 이제 끝이다. 다들 함께 끝까지 힘내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나의 꿈을 나눌 수 있어서.. 그들의 꿈을 내가 들을 수 있어서. 앞으로 또 이런 시간이 올 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여기 이렇게 남겨졌다.

   

 

꽃내

이렇게 성실하게 마주한 적이 없었습니다... 힘이 들 때마다, 생각해야지 풀어봐야지 마음먹고서도 이내 그만두고 그만두고 도망가기만 했습니다. 다시 또 다시 덮어두기만 했습니다.. 나의 뿌리깊은 감정이 죄책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발견으로 여러 가지 것들이 설명되었으며 또다른 일들에서 반복되는 나의 행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더 많은 길을 가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감정은 유쾌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만이 이렇게 아픈 것이 아님을, 아파도 살아낼 힘이 있는 나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밤새 술을 마시고 빙글빙글 도는 머리로 나는 미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날은 반듯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이 세계와 섞여드는 나를 칭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채리님, 수수님, 불나방 친구들. 함께 했던 분들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소화

성폭력 사건 이후 세상을 등지고 마음을 닫고 살았어요. 계절이 바뀌고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여전히 똑같은 시간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고 있었어요.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불신과 경계가 쌓아 올린 회색빛 성벽 속에 갇혀지내는 시간이 지속되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줄다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무엇이 됐든 치유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미술로 말걸다’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성폭력 사건도 충격이었지만, 그 일이 소문이 나면서 제가 겪었던 두려움은 사람들에게 저를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미술로 말걸다’ 프로그램 2회기까지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제가 ‘그림 작업’을 매개로 3회기 때부터는 조금씩 저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억눌러왔던 기억들이 표면위로 올라오자 프로그램을 참여하고돌아오면 우울한 기분에 여파가 며칠은 갔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회를 더해갈수록 내면을 들여다보고 저를 드러내는 일들이 저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동안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저를 힘들게 했었는데, 가장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작업이 최종 마무리 되면서 그전보다 내면의 분노, 우울, 억울함, 불신, 경계의 불꽃들이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치유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은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7회기 동안 ‘미술로 말걸다’를 참여하면서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저를 인정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점, 함께하는 동안 제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점에서,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울해지고 힘들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 한 점,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용기 낸 자신에게,
그동안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어 준 스스로에게
 
‘잘 견뎌왔다고, 애썼다고, 잘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