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담소는 지금

뿌리깊은 가부장제 통념, 국회의원 강용석만의 문제일까?

어제 한 일간지의 보도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성폄하 발언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계속되는 후속 보도로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아나운서가 꿈인 대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에게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해준다며
“뭇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는 등 여성비하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 언론들의 후속보도에 의하면, 강 의원은 그간 여러 자리에서 여성의원들의 외모에 대한 품평을 거침없이 했고,
심지어 몇 년 전에는 당 홈페이지에 박근혜 의원의 외모가 섹시하다는 내용 외에는 아무 내용도 없는 저급한 칼럼을 올린 적도 있다.

오늘(21일) 오전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언니네트워크,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 등
마포구에 터전을 잡고 있는 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진보신당 마포구당원협의회가 함께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규탄과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 의원이 마포구 지역구 의원인 까닭에 마포구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움직이게 된 것이다.


우리 상담소의 이윤상 소장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차별적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소명을 가진 의원 본인이
여성폄하 발언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서슴치 않는 상황에 대해서 분노와 답답함을 표현하였다.


강 의원은 지난 2008년 젊은 나이에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직에 진출하였고,
어제 이번 사건으로 탈당조치를 당하기 전까지 한나라당의 청년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사회가 변화하고 양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시대에 교육을 받고 의원직을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우리가 ‘젊은 피’에 기대하는 바가 조금 다른 것도 사실이다.

새롭고 혁신적인 사고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보다 시대에 맞는 대안을 내놓는 것,
이것이 우리가 ‘젊은’ 사람에게 좀 더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아니었던가.

그래,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두자.
이번 일로 수천년 역사의 가부장제 통념을 타파하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 정도,
나이가 조금 적고 많음이 결코 많은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를 깨달은 것으로 하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피켓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서 취재를 마치고 카메라를 정리하던 어떤 사진기자의 말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머리에 남는다.
“에구 또 애꿎은 한 놈 죽이는구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건 터졌다 하면 정신없이 몰려들어. 하기사 나도 쫒아왔으니깐.”

아! 이건 뭔가! 이 기자는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우리 기자회견의 취지를 잘 전달하고자해서 취재 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국민들이 좋은 사회 만드는 일 열심히 하라고 뽑아준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몰상식한 발언을 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답답한 심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이 기자에게 강 의원은 그저 운 없어서 ‘애꿎게 당하게 된 사람’ 정도였단 말인가.

정말 이게 우리 사회 인식의 현 주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