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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2,437명의 탄원서는 동성애 차별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6월16일 오전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형법 제92조 위헌 결정 촉구를 위한 2437명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시작하는 날씨에 지나가는 행인도 없는 한산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도 몇 명 없이 정말 쓸쓸하게 진행된 기자회견이었다. 이 쓸쓸한 풍경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가 동성애 차별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나는 친구사이로부터 간단한 경과보고를 발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마이크 울렁증이 있기도 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보다 더 열심히 한 성소수자 단체가 많기 때문에 발언을 고사했으나,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발언을 하기로 했다.

 

 


 

  동성애 혐오 조장, 동성애자 차별 군형법 제92조 위헌 결정 촉구 캠페인

 

• 온라인

일 시 : 2010년 4월 24일 부터 5월 12일까지

장 소 : http://www.gunivan.net

 

• 오프라인

1) 군형법 92조 위헌결정 촉구 ‘동성애 차별 싹! 지우는 날’

일 시 : 6월 5일 토요일, 탑골공원 및 종로 낙원동

 

2) 2010 퀴어문화축제

(1) 일 시 : 6월 4일(금) ~ 8일(화)

장 소 : 서울아트시네마 - 2010 퀴어문화축제 - 서울 LGBT 영화제

(2) 일 시 : 6월 12일 토요일

장 소 : 청계천 베를린 광장 - 2010 퀴어문화축제 : 퀴어퍼레이드 캠페인

 

3) 성소수자 인권 증진 캠페인

(1) 일 시 : 4월 25일 토요일

장 소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증진 거리 행동 및 캠페인

 

(2) 일시: 4월 24일 토요일, 5월 29일 토요일, 6월 5일 토요일 

장 소 : 성소수자 커뮤니티 밀집 지역(종로 3가 주변)

 

 

경과 보고 이후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순서가 있었다.

 


 간단한 기자회견문을 마치고는 2,437명의 탄원서를 제출하러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향했다. 동성애포비아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특히나 군대 내 동성애 차별반대를 위해 2,437명의 탄원서를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437명의 탄원서를 받기 위해 그간 거리에서, 술집에서, 퀴어퍼레이드에서, 각종 행사부스에서 바쁘게 뛰어다닌 결과이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군형법 제92조에 대한 위헌결정이 하루속히 내려지길 바란다.

 

 

 

 

아래는 마이크울렁증이 있는 내가 경과보고를 하기 위해 급히 작성한 원고이다.

워낙 마이크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무슨 발언을 부탁받으면 미리 원고를 쓰는 편이다.

물론 현장에서는 원고를 보고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리 써놓으면 안심이 된다.

어떤 때는 원고만 내가 쓰고, 말하는 건 딴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요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전까지 동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커피프린스”나 “개인의 취향” 같이 남장여자나 가짜게이 등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다른 점은 본격적으로 ‘동성애’나 ‘커밍아웃’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쪽은 이제 안방까지 동성애가 침투했다며, 이게 무슨 유해물이나 음란물처럼 다루고 있는데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대해서 어떤 입장과 성찰을 보여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10일에 헌법재판소에서 (구) 군형법 제92조 위헌제청과 관련된 변론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군대 내에서 한 중사가 자신의 부하와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것입니다. 아무리 군대라고 하더라도 성폭력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까지 처벌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처벌하기 위한 구실로 ‘성폭력’ 관련조항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군대를 안 갔다와서 모른다. 군대는 위계가 강한 조직인 줄 아느냐? 군대는 상사가 맘만 먹으면 쉽게 강제로 성폭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의한 관계라도 해도 진실을 알 수 없다. 그러니까 합의가 있든, 없든 모든 성적 접촉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급자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말할 수 없다면 ‘합의’ 여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합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묻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여성운동단체가 성폭력을 처벌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성폭력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지, 성폭력이 여성의 정조를 침해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군대 내에서 성폭력을 처벌해야 한다면 성폭력이 군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지, 군대 내 건전한 기강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국방부는 동성애가 군대 내 건전한 기강을 해치고,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가지기 때문에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여과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것 자체가 이미 차별입니다. 저는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데 악용되는 군 형법 제92조는 위헌이며, 하루빨리 철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