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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후기] 2017 페미니즘캠프 "페미니스트가 만드는 세상"

 2017 페미니즘캠프 "페미니스트가 만드는 세상" 

 

지난 24일 서울여성플라자에는 각 지역의 여러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캠프의 주제는 ‘2017 여성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 탐색, 숙고, 행동. 이날 모인 200여명의 페미니스트들은 먼저 한 데 모여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에서는 과거 급진 페미니즘 운동이 국가마다 다른 물결을 그리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지요. 한국의 여성운동의 좌표를 짚어보기도 했습니다


혐오와 차별 하던대로 또는 새롭게!


이슈별로 토론회가 마련되어 각자의 관심에 따라 참여하는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대구 여성회와 불꽃페미액션과 함께 혐오와 차별세션을 마련했습니다제일 처음 눈에 들어왔던 것은 동료 활동가의 “‘하던대로만 하면 안될 것 같아라는 고민이 담긴 제목이었습니다. 세션의 서브제목은 하던 대로 또는 새롭게!’.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일을 하던대로 해야할까요? 새롭게 해야할까요? 느낌표가 붙어 있는걸 보니 새롭게 하자는 걸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발표가 진행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이 차곡차곡 만들어졌습니다.

 

여성혐오와 차별의 역사는 유구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대구 여성회의 남은주 대표가 설명한 것처럼 여성혐오는 관습과 예의의 이름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남은주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혐오를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예전에 경험했던 여성혐오는 개별대상에 대한 것으로, 남지 않고 휘발되었다면 지금의 혐오는 여성집단 전체를 향하는 것이고 댓글과 캡쳐를 통해 계속 각인된다는 것입니다. 여성을 공격하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생활에 더 밀착해있기 때문이라는 이해가 따라왔습니다. 온라인의 혐오발화가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인지 이해가 되기도 했지요(끊임없는 노출과 재각인). 발표자는 최근 남성 bj가 여성 혼자 일하는 왁싱샵을 방송하였고 그 방송을 본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남성bj가 여성bj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추적하는 방송을 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온라인 공간의 여성혐오가 표현의 문제를 넘어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래도 뭐든지 하는 불꽃 페미들, 키보트 배틀에도 전략이 있다.

 

온라인 접속을 끊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혐오와 차별은 온/오프 공간을 넘나들며 또는 동시에 접속한 채로 이루어집니다. 온라인 공간을 여성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공간으로 내버려둘 수도 없겠지요. 불꽃페미액션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20165월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2030여성의 섹슈얼리티에 집중하지만 기자회견 가며 꼭 있을 만큼 가리지 않고 다 하는, 뭐든지 하는 페미니스트 그룹입니다. 불꽃페미액션의 김동희 활동가는 페이스북 댓글 싸움에도 전략이 있다고 말합니다. 댓글을 단 상대방을 이기는 게 아니라 관전하는 자들을 설득하는 것, 혐오성 댓글을 끌어내리고 신고하는 것 역시 싸움입니다. 활동가들이 여성 섹슈얼리티의 자유를 이야기하면 일베와 오유 사이트에 사진이 올라가 조롱당하는 현실에서 왜 안티팬이 더 많은가탄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불꽃페미들이 하는 고민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것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페미니스트 친구를 만나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안전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일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시시각각 사건으로 터지고 시시각각 전달되는 세상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감이 활동가는 함께 목소리 내고 서로의 용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 단체의 일임을 알지만 오래된 여성단체의 위치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고백했습니다(‘꿘충과는 연대하지 않는다’, ‘여성만 참여가능하다는 입장들). 온라인 기반의 혐오·차별 사건이 발생하고 처리하는 방식이나 속도가, 상담소가 그간 해오던 것과 다르기도 합니다. 감이 활동가는 박유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무고죄 무죄판결을 받았던 날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일의 공판은 아침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되었는데요, 그 과정을 함께한 활동가들을 보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그 자리를 지키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잘 하는 일은 피해생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해오던 일이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잘 하는 일을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됨으로써 해오던 일을 새롭게 해나갈 수 있겠습니다. 발제문에도 써있듯이 얼마전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신생단체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두 단체의 대표와 활동가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동반자 관계가 되자는 약속을 했지요. 단단한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단체는 피해생존자를 더 잘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혐오와 차별에도 더 잘 대응해나갈 수 있겠죠.

 

다양한 무기를 가진 페미니스트

 

연결과 생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사회자가 던진 마지막 질문은 혐오와 차별에 어떻게 맞설것인가였습니다. 멋진 답변들이 나왔어요. 대구여성회의 남은주 대표는 대구에서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을 소개했습니다. 먼저 페미니즘 이어달리기라는 활동인데, 대구의 다양한 단체들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여러 활동공간을 열고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기는 프로젝트입니다. ‘야밤의 페미니즘이라는 공부모임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우리가 갖게 되는 것은 무기입니다. 여성이라는 정치적인 정체성을 갖고 페미니즘을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일, “행복하고 즐겁고 다양한 무기 가진 페미니스트가 많아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유명한 책 제목처럼 우리는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서로 다양한 무기를 갖도록 격려하고 나누자고 다짐해봅니다.

 

<이 글은 본 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의 신아 연구원이 작성하였습니다.